폐수배출 위반 업소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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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안에서 자연환경을 고려해 제한적 개발만 허용하는 지역은 이른바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된다. 도시에 가까운 만큼 산업단지·준공업지역 등 여타지역보다 폐수배출 기준이 강하다. 대기 및 수질 특정유해물질 배출업소 등은 아예 허용이 안 된다. 특정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이 아니더라도 폐수배출량이 하루 50t을 넘지 않는 사업장만 허용이 된다.

하루 380t 폐수 방출하면서 신고는 50t
한강환경청, 계획관리지역 내 측정기기 조작 사업장 13곳 적발
폐수 배출구 폭·수위 거짓 입력해 허용량 초과 배출량 속여

그런데 수도권 일대에서 이 기준을 많게는 7배 넘게 초과해 폐수를 배출해온 사업장 43곳이 적발됐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청장 홍정기, 이하 한강환경청)은 이들 업체 실명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폐쇄명령 등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이중 27곳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적발 업체 중 13곳은 폐수 배출량을 측정하는 기기인 최종 방류수 유량계(이하 유량계)를 조작했다. 대표적 수법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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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은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 사업장의 폐수 최종 방류구다. 배출량은 빨간 원 안의 배출구 수위와 폭에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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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환경청 환경감시단이 약 50㎜ 지름의 깡통을 배출구에 끼워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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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을 거의 쭈그리지 않고서 배출구에 끼울 수 있었다. 배출구 폭이 50㎜에 가깝다는 방증이다. 50㎜는 2인치에 해당한다. 정확히 2인치는 50.8mm다.
폐수배출업체는 의무적으로 유량계를 운영하게 돼 있다. 허용 기준 이내로 폐수 배출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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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단이 이 사업장의 유량계를 확인해봤다. 유량계엔 배출구 폭이 1인치로 설정돼 있다. 이렇게 되면 배출구 폭을 실제대로 2인치로 설정할 때에 비해 배출량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돼 집계된다. 이 사업장에서 폐수를 하루 50t 배출한 것으로 신고했다면 실제론 하루 100t을 배출한 셈이 된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존에 관한 법률’에선 유량계 등 측정기기를 작동하지 않게 하거나 정상적인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다른 업체는 유량계 상에서 파악되는 배출구 수위를 고의로 낮췄다. 이럼으로써 실제 실제 방류량보다 적게 방류된 것으로 측정되도록 조작했다. 이 업체는 하루 50t 기준을 넘겨 많게는 하루 380t의 폐수를 배출했다고 한강환경청은 설명했다.

한강환경청은 이런 업체 13곳 외에 방류수 수질기준을 초과한 곳이 11곳, 폐수배출시설을 무허가로 설치·운영한 것이 4곳, 배출시설을 변경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곳이 5곳이었다고 발표했다.

환경감시단 김현 과장은 “계획관리지역 안의 폐수배출업소가 유량계를 고의로 조작했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 하루 폐수 방출이 50t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라면 방출 허용량이 훨씬 많은 산업단지나 준공업지역에 사업장을 설치하면 되는데, 이번에 적발된 업자들은 계획관리지역이 도시와 가까워 물류·교통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강환경청은 유사한 환경사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선의의 중소 영세업체에겐 환경기술을 지원해 환경오염시설을 개선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a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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