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을 내 돈처럼…사립유치원 막장 운영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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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으로 개인 세금과 차량 렌트비를 대신 내고 공사비를 횡령하는 사립유치원들이 적발됐다. 교육청은 앞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기 감사를 매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공금을 '쌈지돈'처럼 쓴 유치원장, 설립자 무더기 적발
서울시교육청 12개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본인 세금, 차량 렌트비로 유용
공사비 착복, 교육감 후보에 후원금도

5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내 12개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실태 감사 결과 총 80건의 비위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유치원 관계자 14명을 주의·경고 조치하고 유치원장 3명과 설립자 1명을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사립유치원의 재정 운영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감사를 벌여왔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A유치원장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유치원 공금으로 원장 본인과 배우자의 개인차량 자동차세, 자택 관리비 및 가스요금 등 340여만원을 지불했다. 그는 또 강사 2명에게 지급해야 할 1600여만원을 원장과 배우자의 개인 계좌로 이체해 횡령한 사실도 적발됐다.

B유치원장은 개인 승용차로 이용하는 에쿠스 차량의 렌트 비용 4100여만원을 총 31차례에 걸쳐 4100여만원을 유치원 공금에서 지불했다. C유치원의 설립자는 2014년 12월 사직원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판공비와 급여 명목으로 총 7300만원을 수령했다.

실제 공사비보다 5배 가까이 부풀린 금액을 지불한 뒤 차액을 빼돌린 유치원도 있었다. 감사 결과 D유치원장은 2014년 2월 시설공사비 5500만원을 시설공사업체 관계자의 개인계좌로 송금한 뒤 원장의 배우자 계좌로 실제 공사비 1000만원을 제외한 4500만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B·D유치원장은 유치원 공금으로 특정 교육감 후보의 후원금으로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을 각각 송금해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시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A·B·D유치원장을 고발하고, C유치원 설립자를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한 유치원은 공금으로 직원들이 단체로 든 보험비를 납부했으며 또 다른 유치원은 원장 친목 여행 경비, 쥬얼리 악세사리, 찜질방 이용료 등 200여만원을 공금으로 지급한 사실이 감사 결과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횡령과 예산의 목적외 사용 등과 관련된 비위 사항에 대해서는 재정상 조치로서 8억6000여만원을 회수해 유치원 회계에 보전 조치토록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을 연간 감사 계획에 포함해 매년 정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유치원 회계 운영의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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