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자율주행차, 에버랜드서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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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자율주행차 기술 시험장으로 활용을 추진하고 있는 ‘스피드웨이’의 전경. 국내 첫 온로드(포장도로) 자동차 경주장으로, 이건희 회장이 가끔 레이싱을 즐겨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사진 뉴시스·미시간대]

용인 에버랜드의 자동차 경주장 ‘스피드웨이’가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테스트 공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도로와 같은 장애물 설치
기술 시험 위한 테스트 공간 활용
미국 미시간대 ‘M시티’ 벤치마킹

 29일 경기도·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은 스피드웨이를 리모델링해, 자율주행차의 주요 기능을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시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피드웨이에 교차로·횡단보도·장애물 등을 재현하고 이 곳에서 무인 주행, 장애물 감지, 안전성 실험 등의 테스트를 실시해 관련 기술을 완성시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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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대가 설립한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차 시험·연구공간인 ‘M시티’(왼쪽)를 벤치마킹했다. [사진 뉴시스·미시간대]

 스피드웨이는 1995년 개장한 국내 첫 온로드(포장도로) 자동차 경주장으로, 한 때 한국 모터스포츠의 메카로 유명했다. 이건희 회장이 가끔 이 곳에서 직접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모습이 일부 언론을 통해 사진으로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보수 공사 이후에는 주요 자동차 업체의 시승식·고객행사 등이 열리는 정도로만 쓰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의 다양한 센서와 통신장비 등을 검증하려면 별도의 주행공간이 필요한데, 추가로 부지를 매입하거나 인허가 절차를 받는 게 까다롭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스피드웨이는 삼성의 자산이라 추가 비용이 거의 안들고, 이미 트랙이 갖춰져 있어 시설 활용도 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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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이 벤치마킹한 곳은 미국 미시간대의 ‘M시티’다. 지난 7월 13만㎡ 규모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차 시험·연구공간인 M시티는 원형교차로·가상건물·지하차도 등은 물론 철도 건널목, 로봇 보행자까지 완비했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이곳에 투자를 했으며, 지난달부터 포드가 M시티에서 자율주행 기능 테스트를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는 교통안전공단과 주요 자동차 회사가 보유한 주행시험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오르막길, 비포장 도로 등 도로주행 성능 시험 위주여서 자율주행의 성능을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삼성이 우선 각종 센서와 카메라·레이더 같은 하드웨어와 운영체제(OS)·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의 합성어) 등 소프트웨어의 기술을 검증하는 데 이곳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술은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핵심 전장(電裝)장치에 들어간다. 운전자의 조작 없이 차량이 모든 운행을 관리·제어하는 궁극적인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할 기술이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미국·중국 등에 비해 몇 발자국 뒤져있는 관련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가 신호등·CCTV는 물론 중앙 교통통제센터와 신호를 주고받는 미래형 교통 시스템을 시험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스피드웨이를 관할하는 경기도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남경필(50) 지사가 추진하는 판교의 세계 첫 자율 주행 도로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기도는 최근 착공한 ‘제2판교테크노밸리(제2판교)’ 도심에 자율주행차와 일반 자동차가 함께 다닐 수 있는 약 2㎞ 거리의 왕복 4차선 도로를 조성키로 했다. <본지 12월 22일자 B1면>

 경기도 핵심 관계자는 “기본적인 입장에 대해 실무자 간의 의견 조율이 이뤄졌다”며 “경기도가 주요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무인전기차 박람회, 자율주행차 경주 대회 등을 여는 방안도 계획 중인 만큼 양 측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남 지사와 삼성전자 이재용(47) 부회장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로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아직 스마트카·자율주행차 사업을 준비하는 초기단계”라며 “큰 방향에서 나오는 방안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확정된 바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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