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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샤오미엔 ‘한국 다미’로 응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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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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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지역뉴스부장

한국 정부가 3개국(중국·베트남·뉴질랜드)과 각각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이 20일 동시에 발효됐다. 이로써 한국은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누적 14건(52개국)의 FTA를 체결한 나라가 됐다. 그만큼 경제영토가 넓어졌지만 한국의 3농(농촌·농업·농민)은 거대한 숙제에 직면하고 있다. 개방화의 대세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느냐는 문제다.

 일반적으로 FTA가 발효되면 한국처럼 제조업 위주의 국가는 공산품을 생산하는 산업계가 대체로 혜택을 보고,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농어민과 축산 농가가 타격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한·중 FTA 피해 대책의 하나로 1조원 규모의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걷겠다고 하면서 ‘준(準)조세’ 논란도 뜨겁다.

 하지만 기업의 준조세나 정부의 보조금으로 농민의 피해와 불만을 무마하려는 것은 지속 가능한 대책이 아니다.

 FTA가 대세인 지금 삼성전자 임원도, 현대차 귀족노조도, 도시근로자도, 농민도 전방위 경쟁에서 예외가 없다. 초고속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에 로컬(local)이 글로벌(global)이고, 글로벌이 로컬이다. 이런 지구촌에서 글로컬(glocal) 마인드로 세상과 적극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생존의 해법과 지혜를 찾는 수밖에 없다.

 이런 각도에서 눈여겨볼 현장이 있다. 한·중 FTA를 계기로 15∼16일 중국 국영 농업기업인 중량(中糧)그룹을 포함해 9개 쌀 수입 및 유통업체 관계자 12명이 방한해 쌀 생산 가공 및 상품화 과정을 둘러봤다. 23∼27일 중국 정부의 검역관 4명이 경기도 이천 등 전국 6곳의 쌀 생산지를 찾아 미곡처리장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이천쌀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이제 잘하면 중국 소황제(小皇帝) 가정의 밥상에 올라갈 기회다. 소황제는 ‘한 자녀 갖기’ 정책에 따라 태어나 귀하게 자란 중국인들로 지금 중국의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산 쌀이 중국 시장에 먹힐 수 있는 것은 중국 쌀보다 한국 쌀의 식품안전성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비싸도 기꺼이 사먹을 의향이 있는 것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小米)가 한국 시장에 진출해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로 큰 호응을 얻자 ‘대륙의 실수’라는 말이 회자됐다. 몸집 큰 중국이 ‘좁쌀’(샤오미)을 세계 시장에 들고 나온 것부터 참신하고 혁신적이다. 전자산업 강국인 한국 시장에 중국은 ‘좁쌀 스마트폰’을 들고 와서 재미를 보고 있다.

 우리도 발상을 바꿔보자. 중국산 저가 농산물 공포에 사로잡혀 넋 놓고 있거나 보조금에 중독되면 곤란하다. 농업대국인 중국 시장에 우리도 삼성전자와 현대차뿐 아니라 더 다양한 ‘한국 다미(大米·쌀)’를 발굴해 팔아보자. 글로컬 시대에 변화의 풍향과 조류를 잘 읽으면 기회의 창은 열려 있다.

장세정 지역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