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엔 크리스마스 없어…24일은 김일성 부인 생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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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맞아 해남 땅끝아동센터를 찾은 새터민들과 센터 아이들. [해남=프리랜서 오종찬]

“북한에는 크리스마스 자체가 없습네다. 남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가족·연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입네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전남 해남군 송지면 해남 땅끝아동센터. 배요섭(59) 센터장이 이곳을 찾은 20여 명의 새터민에게 크리스마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은 어떠냐”고 묻자 새터민 이모(40·여)씨가 이렇게 대답했다.

남쪽 땅끝 찾은 북 땅끝 새터민들

 새터민들은 배 센터장에게서 크리스마스 문화에 대해 듣고는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이씨는 “북한에서는 12월 24일이 김정은(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할머니 김정숙 생일이어서 기념행사를 한다”고 덧붙였다.

 새터민 20여 명이 24~27일 해남 땅끝아동센터를 찾아 3박4일간 크리스마스 문화를 배우고, 센터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에게 북한 문화를 설명하는 행사를 했다. 북한의 북동쪽 끝 지역인 함경북도 출신 새터민들이 중심이 돼 한반도 맨 끝 지역 아이들과 ‘땅끝’이라는 공통분모로 뭉친 행사다. 24일 저녁에는 크리스마스 문화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센터 아이들의 캐럴 공연도 펼쳐졌다. 아이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노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을 열창했다. 새터민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새터민들이 다니는 서울 하나목양교회 전도사 송혜연(36·여)씨가 배요섭 센터장과 접촉해 마련했다. 송 전도사도 새터민이다. 2005년 3월 남한에 왔다. 송 전도사는 “새터민들은 남한 사람과 접촉 없이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기회를 통해 남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남=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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