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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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구로공단에 20층 이상의 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서울 강남 등지에 있던 벤처기업들이 몰리면서 벤처 둥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의 풍경이 최근 많이 변했다. 강남 벤처타운을 닮아가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면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옛 구로공단역)은 말쑥한 양복이나 산뜻한 캐주얼 복장의 20, 30대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지난달 문을 연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는 커피 한 잔을 즐기려 몰려든 직장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헬스클럽과 문화센터에도 직장인들이 몰려든다. 24시간 근무하는 사무실도 늘었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은 벤처기업의 근무 특성 때문이다. 덕분에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LG25가 지난달 문을 열었다. 외국어 회화학원.헬스클럽.골프연습장 등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산업단지 곳곳에 20층 이상의 대형 고층빌딩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올해 이 곳에 들어설 예정인 아파트형 공장만 해도 17개에 이른다. 주로 강남 테헤란 밸리 인근에 몰려 있던 벤처기업인들이 이곳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다.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벤처기업들은 임대료가 싸고 교통이 편리한 구로공단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봉제.인형.가발공장 등이 중국 등으로 옮겨 단지가 비게 되자 정부는 정보기술(IT) 등 지식기반 업체들의 입주를 1997년부터 허가했다. 2003년 서울 방배동에서 이곳으로 이전한 경영교육전문업체 휴넷의 이혜옥 마케팅팀장은 "임대료가 강남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굳이 강남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인 '컴투스', 휴대전화 벨소리 공급업체인 '야호 커뮤니케이션', 통합의료시스템업체인 '이수유비케어', 온라인 마케팅회사인 '디킴스', 무선인터넷솔루션 회사인 '필링크' 등 이름을 대면 알 만한 IT 기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특히 지난달 LG전자가 이곳에 휴대전화 통합 연구개발(R&D)센터를 열었다. 이곳의 IT 정보통신 관련 업체 수는 1900여 개로 구로단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1997년 442개에 불과했던 이곳의 기업체 수는 지난해 3375개로 늘었다. 내년까지 7000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용인원도 97년 3만2000명에서 지난해 5만2600여 명으로 늘어났고 내년까지는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구로구청도 이곳을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일명 벌집촌이라고 불리는 공장 근로자 숙소 등을 재개발해 호텔.컨벤션센터 등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글=박혜민 기자<acirf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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