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탈당설 파장] 선대위원장직 제안도 거부해 탈당 가능성 높아져

중앙일보

입력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내 사무실에서 탈당한 무소속 박주선 의원과 전격 회동했다.

분당(分黨)의 키를 쥔 김 의원이 이미 탈당을 하고 신당을 추진중인 인사와 접촉한 건 상징적인 장면이란 말이 당내에서 나왔다.

회동에서 김 의원은 박 의원에게 “문 대표가 사퇴하고 통합해서 하나된 당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24일에는 자신에게 동반 탈당을 제안했던 정대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과 만날 예정이다.

이날 광주 지역구의 임내현(북을)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임 의원은 “안철수 신당과 함께 하며 낡은 진보를 청산하고 중도세력과 합리적 보수까지 외연을 넓혀 정권교체를 위한 희망의 싹을 틔우겠다”고 말했다.

임 의원이 탈당하면서 천정배ㆍ박주선ㆍ김동철 의원 등 광주 지역구 의원 8명 중 절반이 당을 떠났다. 현재 탈당파와 잔류파가 4대4다. 하지만 권은희ㆍ박혜자·장병완 의원도 지역구 인사들에게 의사를 전하고 있어 조만간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탈당파 7, 잔류파 1이 된다. 새정치연합이 광주에서 1당의 지위를 내려놓아야한다는 의미다. 야당사에서 보기 힘들었던 상황이다. 임 의원은 “광주의원 중 한 명(강기정)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탈당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이 사실상 탈당수순을 밟는 듯한 행보에 들어가자 새정치연합은 종일 뒤숭숭했다.

김 의원이 가까운 수도권 의원들과 함께 추가로 탈당하면 흔들리는 호남 민심이 수도권으로까지 번지게 되고, 안철수 신당에 힘이 급속히 실리게 된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중진들이 김 의원의 탈당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에 나섰다. 문 대표가 대표직은 유지하되 김 의원이 선거대책위워장을 맡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문 대표의 의중도 담긴 안이었다고 익명을 원한 중진의원이 전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제 고민의 주제는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고 이후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느냐인데, 그 고민 속에서 제 거취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총선에서 지면 대선도 없는데, 총선 승리의 가장 우선적인 조건은 문 대표의 사퇴”라며 “그런 결단 없이 선거대책위원장직을 거론하는 것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날 김 의원을 만난 이종걸 원내대표도 "선대위 구성에 김 의원이 매우 부정적이더라"고 전했다. 임내현 의원도 "김한길, 박지원 의원은 시간이 문제지 (곧 탈당하면서)상당한 규모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며 "(탈당을 선언하자)조금전 대표를 지낸 모 중진 의원이 격려와 함께 '(나도)곧 나온다'는 말을 전하더라"고 했다. 임 의원은 '대표를 지낸 중진'의원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함구했다.

한 주류 의원은 “결국 김 의원이 문 대표의 사퇴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탈당명분을 축적하는 듯한 인상"이라고 했다.

김성탁ㆍ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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