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 학생도 시간 안배를 잘해 재학 기간 3편의 논문을 완성했다. 1학년 때 정치외교 동아리에서 ‘국제기구의 실효성 분석’을 주제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두 흐름에 입각해 썼다. 2학년 때는 9·11 테러 이후 미 외교 정책 변화에 대해 국회도서관 등에서 논문과 도서를 빌려 읽으며 보다 심도 있게 썼다. 여름방학 논문 첨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신공공외교에 관한 개인 논문도 냈다.
논문을 준비하다 보니 관련 서적을 자연스레 찾아 읽게 됐다. 동북아 외교에 관심이 많았던 현수 학생은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와 이어령의 『가위바위보 문명론』 등을 읽으며 서울대가 요구하는 자기소개서의 4번 자율문항(독서)을 채워 나갔다. 독서는 까다로운 서울대의 심층 면접을 보는 데 밑바탕이 됐다.
실제로 올 수시 전형에서 면접관은 “한중일 관계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현수 학생은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절대 우위가 없듯이 세 나라는 공존해야 한다’는 책의 내용을 인용해 “한국이 삼국의 대화 통로를 열고 국제사회 여론을 전달해 균형을 잡아 줘야 한다”고 답했다.
15분간 치러지는 서울대 면접에서는 첫 제시문 질문보다 추가 질문이 더 어려웠다. 현지 학생에게 면접관은 “요즘 어린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을 강요하는데 대학에 와서 진로를 정해도 되지 않느냐”며 현지 학생의 제시문 첫 답변을 흔드는 질문을 던졌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 현지 학생은 ‘이래서 벼락치기 할 수 없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진로는 어른이 돼서 바꿀 수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생각하는 게 자기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답해 논지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