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강남구 ‘리치마켓’ 참가한 이지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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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싸고 품질 좋은 신인 디자이너 옷, 주목해 주세요

“국내 신인 디자이너의 옷도 좋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지난 20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플리마켓에서 신인 패션 디자이너 이지영(31)씨를 만났다. ‘리치마켓’이란 강남구청과 패션O2O회사 ‘브리치’가 신사동 가로수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청담동에 있는 패션 디자이너 매장 및 패션 편집매장 40여 곳과 공동으로 50~80% 할인된 가격에 의류와 액세서리를 파는 행사였다.

 가로수길에서 ‘픽처(PICKTURE)’라는 이름의 자신의 매장을 운영하는 이씨도 이날 여기 참가했다. 이씨는 “이 스웨터는 1만원, 그 청바지는 3만원이에요”라며 몰려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팔고 있었다.

 ‘이렇게 싸게 팔아도 괜찮냐’는 질문에 그는 “장사하러 나온 게 아니라 우리를 알리러 나온 거니 괜찮다”며 웃었다. “우리 옷, 너무 예쁘고 값도 싸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어서 ‘일단 한 번 입어봐라’는 마음으로 나왔어요. 물론 남는 건 없죠. 목표는 오늘 저와 같이 나와준 10년 지기 친구, 두 명의 점심값 남기기에요.”

 이야기 도중 눈에 띄는 청바지가 있었다. 일명 ‘박신혜 청바지’로 배우 박신혜가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 입고 나온 청바지였다. “아, 이거요? 박신혜씨가 입었던 그 바지 맞아요. 저도 TV에 나온 거 보고 알았어요. 박신혜가 제가 만든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걸요.”

 박신혜 외에도 여러 걸그룹들이 그가 만든 옷을 입고 TV에 나왔지만 이씨는 나중에야 그걸 안 적이 많다. 연예인의 스타일리스트들이 가로수길에 왔다가 이름을 밝히지 않고 구매해 갔기 때문이다. 똑같은 옷을 5벌 사가거나 분위기는 비슷한데 조금씩 다른 옷을 5~7벌을 한꺼번에 사가면 며칠 뒤에 모 걸그룹이 그 옷을 입고 음악프로그램이나 예능에 입고 나왔다.

  이씨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코리안 프리미엄 진’으로 알려진 ‘블루노치’ 디자이너 출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편집매장 런칭팀과 ‘데이즈 스포츠’ 디자인팀에서도 근무했다. 그러다 지난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동대문 ‘두타’에서 매장을 열었고, 올여름 가로수길로 이전했다.

 가로수길을 택한 건 신인 디자이너가 활동하기 비교적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대기업 매장이 가로수길에 들어와 영세한 개인 브랜드 매장은 거리 뒷쪽으로 물러나는 추세다.

 “지금 국내 패션 시장은 너무 양극화돼 있어요. 백화점은 고급, 동대문은 무조건 싼 옷으로 나뉘어 있죠. 사람들의 패션 수준이 높아져서 적당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옷을 원하는데 그런 옷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요. 신인 디자이너들의 그런 시도가 주목받았으면 좋겠네요.”

만난 사람=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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