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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의 심술…올해 화이트 크리스마스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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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퍼레이드 [사진 중앙포토]

올해 미국 동부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구촌을 강타한 엘니뇨 현상이 가져온 이상 고온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눈이 많았던 동북부 지역에선 때아닌 봄 날씨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도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오지 않고 흐리고 추운 날씨가 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제주, 부산 등 남부 지방을 제외하고 전국의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서울은 낮 최고 기온도 영하 1도에 머물겠다.

미국 기상청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동북부 보스턴이 16℃, 뉴욕은 17℃, 필라델피아는 18℃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도 워싱턴DC는 21℃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동부 최북단 메인주의 기온도 10℃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눈 구경을 할 수 있는 지역은 로키 산맥이 뻗어 내리는 콜로라도·와이오밍·몬태나 주 등 일부에 그칠 것으로 예보됐다.

이상 고온은 진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폭설로 유명한 뉴욕주 버팔로 지역에선 지난 18일 첫눈이 왔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늦게 내린 첫눈이었다. 그나마 0.3㎝였다. 뉴욕시는 266일째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1869년 이래 따뜻한 날씨다.

중남부에선 폭우로 인한 수해를 걱정할 판이다. 텍사스·오클라호마·미시시피·루이지애나·테네시 주엔 번개를 동반한 겨울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이상 고온은 겨울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동북부의 스키 리조트 상당수가 문을 열지 못했고, 방문객들이 급감했다. 버몬트 주에선 스키 리조트 20곳 중 8곳만 개장했다. 뉴햄프셔 콘웨이의 스키 리조트에선 어떤 스키 코스도 열려 있지 않다.

이상 고온의 불똥은 국제 원유 시장으로도 튀었다. 산유국들의 가격 전쟁 속에 난방유 수요까지 급감해 공급과잉이 더 심해졌다. 21일(현지시간) 런던ICE 선물시장에서 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36.04달러를 찍어 2004년7월 이후 11년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은 세계 곳곳의 희비를 갈라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름값 하락을 만끽하고 있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값은 갤런당 1.99달러로 떨어졌다. 시중에서 팔리는 생수 값의 절반이다.

그러나 산유국들에겐 재앙이 되고 있다. 석유 판매 수입 감소가 가져온 재정 악화가 경제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베네수엘라에선 야당이 집권당의 경제 실정을 앞세워 총선에서 승리했다. 엘니뇨 효과가 지구촌 정치지형까지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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