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에게 스타워즈는 건국신화” 개봉일 1426억 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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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의 쇼핑몰 ‘아메리카나 앳 브랜드’ 야외 무대에 설치된 ‘스타워즈:깨어난 포스’ 캐릭터들. 극중 악당(제국군 군인)으로 나오는 스톰 트루퍼의 형상 100여 개가 실물 크기로 등장했다. 이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미국 극장 수입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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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그 딸, 제다이로 변신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딸 맥스를 망토에 싸고 옆에 광선검을 놓아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다이 기사처럼 꾸몄다. [뉴시스]

10년 만에 돌아온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이하 ‘깨어난 포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스타워즈’(1977년~) 시리즈의 일곱 번째 영화인 ‘깨어난 포스’가 개봉일인 18일 북미 지역에서 1억2050만 달러(약 1426억원·17일 전야 상영 포함)의 극장 수입을 올렸다. 한 편의 영화가 개봉일에 올린 극장 수입으론 최고 기록이다.

서부개척사 우주로 옮긴 듯한 전개
“역사 짧은 미국선 삼국지 같은 것”

첫날 수입, 해리포터 기록 돌파
아바타가 세운 3조원 흥행도 깰 듯

장난감·피겨 이어 테마파크까지
거대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아

종전 1위는 2011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의 9100만 달러(약 1077억원)였다. 전 세계 44개국에서 하루이틀 차이로 개봉한 ‘깨어난 포스’는 영국·독일·호주·브라질 등에서도 개봉 첫날 매표 기록을 경신했다.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총 극장 수입은 2억5000만 달러(약 2960억원)로 영화 제작비 2억 달러를 상회했다.  현재의 흥행 기세라면 2009년 ‘아바타’가 세운 글로벌 흥행 1위 기록(27억8800만 달러, 약 3조3000억원)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깨어난 포스’는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77~83년)과 프리퀄 3부작(99~2005년)을 잇는 속편이다. 끝난 줄 알았던 우주 제국군과 반란군의 전쟁이 세대 교체한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새로이 시작된다. 시리즈를 처음 만들었던 조지 루커스 감독의 손을 떠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을 제작한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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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스타워즈’인가=‘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인들에게 영화,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역사가 짧은 미국인들에게 이 영화는 상상 속의 건국 신화로 받아들여진다. 마치 서부개척사를 우주로 옮겨놓은 듯한 전개가 미국인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것이다. 77년 첫 번째 에피소드 개봉 당시에는 베트남전 패전 등으로 우울했던 미국 사회에 희망을 던져주기도 했다. ‘깨어난 포스’ 개봉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송년 기자회견에서 “스타워즈를 보러 가야 한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봉석 영화 평론가는 “미국은 역사가 짧아 신화 창조에 열광한다”며 “‘스타워즈’ 시리즈는 20세기 대중문화를 재구성해 만든 미국인들의 신화”라고 분석했다. “SF 등 장르소설에 일종의 ‘기(氣)’에 해당하는 ‘포스’라는 콘셉트 등 동양문화나 일본의 대중문화까지 집대성했다”는 것이다.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도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 ‘스타워즈’는 ‘삼국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거대한 문화 현상이기도 하다. 탄탄한 캐릭터 산업이 이를 뒷받침한다. 10년간의 공백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장난감, 피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리즈를 소비하는 매니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 영화의 배급사인 디즈니는 어마어마한 물량의 장난감을 생산하고 있으며 디즈니랜드 규모의 테마파크도 개장할 예정이다. 스타워즈의 세계는 계속 확장 중이다. 지금까지의 시리즈에 더해 ‘깨어난 포스’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3부작이 연달아 개봉할 예정이며 한 솔로(해리슨 포드)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Spin-Off·번외편)도 기획 중이다.

 ◆한국은 주말 흥행 2위=‘깨어난 포스’의 국내 박스오피스 성적은 19일 기준 누적관객 71만 명이었다. 한국 영화 ‘히말라야’(누적 108만 명) 흥행세에 눌려 주말 흥행 2위를 달성했지만 2005년 ‘스타워즈 : 에피소드3-시스의 복스’를 총 172만 명이 관람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괜찮은 성적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미국에 비해 인기가 덜한 편이지만 ‘깨어난 포스’가 전작을 보지 않고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작의 흥행은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봉석 평론가는 “프리퀄 3부작 개봉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활성화로 미국에서 이슈가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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