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조기발견·수술기법 발전 췌장암, 절망의 암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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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섭 교수가 췌장암 환자에게 수술 방법과 항암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박건상]

“췌장암입니다.” 의사의 진단에 절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한국인의 암 사망률 1위, 5년 평균 생존율 7~8%, 진단 후 생존기간 6~7개월 등 무시무시한 통계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치료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 초기에 발견하면 의학적으로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이 20~30%로 높아지기도 한다.

인터뷰 - 강남세브란스병원 윤동섭 췌·담도암 클리닉팀장

강남세브란스병원 췌·담도암 클리닉팀장 윤동섭 교수는 한국 췌장암 수술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의사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에서 췌장암 수술을 가장 많이 하며, 수술 후 사망률도 가장 낮은 교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고난도인 췌장 종양 제거 로봇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한 의사이기도 하다. 윤 교수에게 진화하는 췌장암 수술·치료법과 향후 전망에 대해 물었다.

-췌장암은 왜 사망률이 높나.

“췌장암 세포 자체가 분열이 빠르다는 요인이 있다. 하지만 늦게 발견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췌장은 대부분이 위에 가려져 있다. 일반 건강검진 시 복부초음파 검사를 해도 췌장은 보이지 않는다. 혈액검사로도 초기엔 선별이 어렵다. 췌장만 검사하겠다고 마음먹고 CT를 별도로 찍어야 초기에 발견할 수 있다. 통증도 늦게 나타난다. 보통 3~4기가 되면 암세포가 췌장 뒤쪽 신경이 지나가는 자리를 침범해 그때야 통증을 일으킨다. 췌장이 등쪽 가까이 있어 허리가 아프다고 다른 과를 전전한다. 이때는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치료가 어렵고 금방 죽는 이유다.”

-수술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늦게 발견돼 암세포가 주변으로 침범했을 때는 수술이 의미가 없다. 그때는 항암제를 투여해 암세포를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국소 부위만 암이 생겼을 때는 수술을 피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수술을 해서 해당 부위를 도려내야 완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왜 수술을 기피하나.

“수술 후 합병증이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 췌장은 의사 입장에서 수술하기 매우 어려운 부위이긴 하다. 깊은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 여러 크고 작은 혈관이 연결돼 있다. 10~20년 전에는 수술 후 혈관이 터지거나 분비액이 새는 일이 흔했다. 하지만 요즘엔 해부학적 지식이 상당히 축적됐고, 수술 장비와 약도 꽤 좋아졌다. 영상장비도 진화해 어느 부분을 얼마만큼 자르고 봉합해야 하는지 훤히 보인다. 나 같은 경우도 10년 사이 췌장암 수술 사망률이 0%에 가깝고, 수술을 다시 해야 하는 합병증 같은 건 거의 없다. 노인도 수술할 수 있다. 89세 노인도 수술하고 결과가 꽤 좋았다. 2년 정도 사시다 췌장암과 관련 없는 다른 병으로 돌아가셨다.”

-항암치료제도 많이 발전했다는데.

“수술로 도려내더라도 항암제를 투여하는 게 재발 방지에 좋다. 요즘엔 약이 좋아져 효과도 크고 부작용도 적다. 또 최근엔 부작용이 아예 없는 췌장암 치료 백신도 나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으로 수술이 어떻게 발전할 것 같나.

“췌장은 위치가 깊고 잘 안 보여 수술이 어렵다. 향후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기구를 활용해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췌장암 유전자를 지닌 사람(전체 췌장암 환자의 10% 정도)을 조기 발견해 수술하게 되면 치료 성적도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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