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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길 연지 13년, 제주에 첫 투자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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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17년 3월 제주특별자치도에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이 문을 연다.

정부, 중국 녹지그룹에 승인
778억 투자해 2017년 개원
“성형·피부과, 유커들이 타깃”
의료계 “공공의료 포기” 비판

보건복지부는 “중국 녹지(綠地)그룹이 추진하는 투자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설립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의 녹지그룹이 국내에 설립한 법인(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 소속이다. 녹지그룹은 중국 상하이시가 지분 50%를 소유한 부동산 개발 회사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 법인이 낸 투자병원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출자 총액 전액(778억원)을 모기업인 녹지그룹이 조달하고, 응급의료체계를 갖추는 등 법령상 요건을 충족했다”고 승인 이유를 밝혔다.

 정부가 투자병원 설립을 승인한 건 김대중(DJ) 정부 시절인 2002년 경제자유구역 내에 한해 외국계 투자병원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한 이후 13년 만이다. 정부는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 8곳에 한해 외국인 투자비율이 출자 총액의 50% 이상인 외국계 투자병원의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내·외국인 모두 이용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은 안 된다.

 국내 대형병원은 모두 비영리기관으로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소속이다. 따라서 번 돈을 병원 울타리 밖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외부 투자도 받지 못한다. 반면 투자병원은 일반 기업처럼 주주를 모아 투자를 받을 수 있고, 운영해서 생긴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다.

 이 병원이 시설·인력을 갖춘 뒤 제주도에 개설 허가를 신청하면 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이를 심의해 허가한다. 이은희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헬스케어타운에 병원이 들어서면 장기 체류 의료관광객들을 통해 고부가가치 관광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설립된다. 가정의학과·내과·성형외과·피부과 4개 과만 진료한다. 강민휘 녹지그룹 한국지사 부사장은 “제주를 찾는 중국인 의료관광객을 타깃으로 피부관리·성형수술·건강검진 위주로 진료하겠다”며 “의료진 등 직원 대부분을 한국인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복지부 결정에 대해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날 “의료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강청희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건강보험 테두리 안에 묶여 있는 일반 병원과 수익을 밖으로 빼갈 수 있는 투자병원이 경쟁하게 하는 건 형평성 차원에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제주=최충일 기자 etoile@joongang.co.kr

◆녹지그룹=중국 국영 부동산 개발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4021억 위안(약 71조원)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1조원 규모의 제주헬스케어타운사업 협약을 체결해 현재 77만8000㎡ 부지에 콘도 등 의료휴양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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