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일부 장관, "정치적 고려로 하는 남북 정상회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사진=뉴시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7일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측의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를 수용하는 맞교환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서다. 홍 장관은 또 박근혜정부 4년차에 들어서는 내년 외에는 남북 정상회담 기회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임기 내 꼭 한 번 정상회담을 해야하지 않느냐는 정치적 고려에서 정상회담을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 11~12일 개성공단에서 진행된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과 관련, 홍 장관은 “북측이 금강산 재개에 합의한다는 확약을 받기를 원했다”고 결렬 이유를 설명하며 “다음 회담을 어떻게 할지는 사실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12월에서 1월초는 북측도 내부적으로 총화 등 일이 있기에 밖으로 잘 안 나온다”며 당분간 회담은 어렵다는 점을 내비쳤다.

홍 장관은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 자체를 정부가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이산가족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우리가 꼭 지켜야할 원칙까지 훼손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이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된 만큼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대책 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지난 당국회담에서도 1월에 이산가족 문제를 적십자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별도 실무회담에서 논의하자고 제의했지만 북한이 거부했다.

홍 장관은 “(금강산 관광 재개는) 남북관계를 장기적으로 끌어나가는데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는 문제”라며 “국민이 안심하고 관광해야 남북 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무조건 재개돼야 (남북) 관계가 풀리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경우 북한에 송금되는 관광 대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 대상으로 정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위한 ‘벌크 캐쉬(대량 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금강산 관광 대금이 북한이 WMD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벌크캐쉬에 해당하는 게 아니냐는 오랜 논란에 대해서다. 홍 장관은 이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규정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통일부는 “북한으로 넘어간 자금이 WMD와 관련이 있을 때면 벌크캐쉬 (해당) 여부에 관계없이 유엔 제재의 대상”이라며 “최종 판단은 유엔 안보리에서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홍 장관은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정상회담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며 “(기회는) 내년 뿐이다는 식의 접근은 안 한다는 데 대통령 의지도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차관급 당국회담의 틀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차관급에서 격을 더 높이지 않겠다는 얘기다. 홍 장관은 “이번 회담은 갑자기 차관급으로 한 게 아니라 지난 8·25 합의 한 번 결렬됐다고 폐기하는 것보다는 지속가능한 회담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 결렬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8·25 합의로 확보된 남북관계 발전의 동력을 이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폭침 이후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문제는 남북대화를 통해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홍 장관은 “ 5·24 조치에 대해선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 관련)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가 분명히 밝혀왔다”며 “ 5·24 조치가 남북대화를 틀어막고 있는 주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또 지난 12일 북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이 돌연 당일 취소된 데 대해서는 “언급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북·중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엔 “중국도 과거와 달리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적 협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며 “시진핑(習近平) 주석 후중국은 북한을 전통적 혈명이 아닌 보통국가로 대하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