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리즈 6] "잠자는 거대시장 미얀마에 늦지 않게 투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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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0만명의 내수시장과 접경지역 내 3억명의 인구를 가진 미얀마. 아직까지 구매력이 낮고 기초 산업인프라가 부족해 ‘잠자는 거대 시장’으로 불리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만난 안재용 코트라 양곤무역관장은 “미얀마 내에서는 정치적인 변화 뿐 아니라 경제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도 높다”며 “중국, 일본, 인도 등이 벌써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한국도 늦지 않게 미얀마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선 이후인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양곤무역관을 찾아 안 관장에게 미얀마의 경제적 잠재성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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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용 코트라 양곤무역관장

정권 교체로 미얀마 경제정책에 변화가 생길까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측은 예산·보건·교육 부분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경제개발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강조한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은 확장의 기회가 있다. 병원진출 등의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신정부가 중요시 하는 부분에서 협력의 수요가 생길 수 있다."

새정부가 개혁개방정책을 지속할까

"지금 미얀마에는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데, NLD가 외국인투자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있다. 기존 정권에 이어 투자를 진흥하는 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에상되지만 민족주의적 성향을 띌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현재 미얀마는 개혁개방 이후 수입이 엄청 늘고 있다. 2011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현재 2000%까지 적자가 증가했다. 40억달러 정도다. 그렇다보니 외환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들도 있다."

군부와 연계된 기업의 개혁이 가능할까

"수지 여사가 구조개혁을 강하게 언급한 만큼 공기업 민영화 등의 정책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주요 공기업이 군부와 관련된 이들의 손에 넘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식시장이 개장되고 통신회사인 MPT같은 기업이 민영화 된다면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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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가 용이한가

"미얀마에는 전체 경제의 60%가량을 2개의 군부 지주회사가 좌우하고 있다. 국영 합작 기업지분. 외국기업들도 들어오기 위해서는 땅을 내어주는 대신 30% 가량 지분을 챙긴다. 해외투자구조를 보면 1년에 약 40~50억 달러 정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다수가 중국 자본이다. 2011년에는 199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댐(발전소) 건설이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 일종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투자다. 2012년 투자폭이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고 있는데 제조, 부동산, 통신,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전체 6위 정도 투자를 하고 있다. 약 34억 달러인데, 대우가스전 투자가 27억 달러다."

NLD정책에 주목할점은

"경제 정책 뿐 아니라 환경보호와 인권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점이다. 개발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있는데, 향후 인프라 개발 등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봉제 공장 노동력의 인권 보호 등에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다."

미얀마의 산업구조는

"현재 미얀마의 산업구조는 1차 산업 위주라고 봐야 한다. 농업이 60% 가량이고 북부에서는 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광업 부분은 매출집계가 자세히 이뤄지지 않기에 세금 구멍도 있다. 수출품을 보면 가스가 가장 많고, 옥(jade)와 의류 순이다. 제조업 기반은 봉제 공장 정도라고 보면된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농업을 강조한 것이 이런 배경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1차, 농업, 가공, 수산 양식 등 협력사업에 대한 수요를 잘 파악하고 기술이전과 공동사업을 함께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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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yanmarpropertyinsider.com]

미얀마가 동남아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을까.

"미얀마의 입지조건은 좋다. 인도양을 접하고 있고 인도, 중동, 아프리카까지 나가는 길목이다. 벵골만 물류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태국을 중심으로 한 생산기지라인을 대체 할 수도 있다. 부가가치, 생산단계 별로 공급 체인을 만드는 식이다. 이미 일본은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미얀마에 또 다른 생산기지를 만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치적인 목적이 많다. 미국은 중국의 정치적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인도의 경우 북부 방글라데시 등 낙후된 북부 인도 개발을 위해 미얀마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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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주목하고 있는 점은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5~10년간은 인건비 경쟁력이 있다.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가 많은 곳은 만달레이, 네피도, 양곤 지역이다. 연평균 8%가량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건설장비를 주로 수출하고 있다. 향후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얀마와 함께 하는 사업이 있나

"미얀트라의 경우 시작부터 코이카와 코트라의 원조사업으로 시작됐다. 공공기관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무역국 내에 미얀트라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정부에서 역동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관련 연수단이 2번 한국을 방문했다. 수치 여사의 경제자문들도 미얀트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본사 처장급 인사 1명이 직접 나가서 협력하고 있다. 미얀트라가 완성되면 무역경험을 전수하고, 가까운 공무원을 양성해서 지한파를 많이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10월까지 무역전략, 인력양성, 법제 정비등을 마치고 2단계 기관설립으로 나갈 예정이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이 관심을 많이 가진 것 같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개발인프라를 폭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지역은 인도, 중국, 아세안의 연결고리인데 중국입장에선 미싱링크(missing Link)다. 쿤밍과 만달레이를 연결하는 루트 개발은 AIIB의 첫 과제가 될 수도 있다. 남쪽 다웨이 개발지구는 일본자본이 계속 투자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우 일본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각자 개발을 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도 제재를 오래해와서 향후 어떻게 개발할지 고민이 많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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