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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홀린 김정은 ‘모란봉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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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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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베이징 민쭈(民族)호텔에 도착한 북한 모란봉악단 단원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 첫해인 2012년 직접 지시해 만든 여성 밴드로 중국 공산당의 초청을 받아 베이징에서 첫 해외 공연에 나섰다. 모란봉악단의 인기에 힘입어 당초 12일부터 사흘간 진행할 예정이 었던 베이징 국가대극원 공연은 닷새로 연장됐다. [베이징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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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공연단이 중국으로 출발한 평양역엔 북한 서열 5위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환송을 나왔다. [베이징 AP=뉴시스]

북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이 막을 열기도 전부터 공연 기간을 연장키로 하는 등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북·중 관계 소식통은 11일 “이번 공연의 입장권 요청이 폭주함에 따라 당초 사흘이던 공연 기간을 닷새로 연장키로 북·중 당국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인민해방군 가무단 출신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공연 관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서 입장권 요청 폭주해
사흘이던 공연 닷새로 늘려
펑리위안도 관람할 가능성
“미·중 관계 튼 핑퐁외교 연상
김정은 방중 이어질지 주목”

 베이징의 국가대극원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일반인의 입장이 통제된 가운데 초청받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비공개리에 진행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초청 인원은 당초 2000명으로 예정됐다.

소식통은 “공연을 주관하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중국 당·정 간부나 북·중 관계 종사자를 위주로 초청 대상자를 선별해 통보 중”이라며 “그런데 각급 기관에서 표 요청이 쇄도하자 중국 측이 공연 연장을 제의했고 북측이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래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예정이던 공연은 16일까지 열리게 됐다. 대외연락부는 물론 주중 북한 대사관에도 표 요청이 쇄도 중이다.

이번 공연은 북한과 중국 당국의 치밀한 조율을 거쳐 성사됐다.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는 지난 7일 대외연락부를 방문해 쑹타오(宋濤) 부장과 이번 공연을 최종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이튿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연 사실을 발표했다. 9일 공연단 출발 현장인 평양역엔 서열 5위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환송을 나왔다. 이는 모란봉악단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지시해 만든 악단이란 점과 무관치 않다.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7월 창단 공연을 했고 이 자리에 부인 이설주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모란봉악단 초청은 중국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북·중 관계자는 “펑리위안 여사는 모란봉악단과 마찬가지로 군 산하 예술단원 출신이고 지금도 장성 계급을 유지하고 있어 초청대상에 들어간다”며 “하지만 실제 관람할지 여부는 최종 순간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진핑 주석의 동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렇진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각국 외교 관계자들은 이번 공연이 북·중 관계의 본격 해빙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외교 당국자는 “이번 공연이 탁구경기로 미·중 수교의 물꼬를 텄던 핑퐁외교를 연상케 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포함, 북·중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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