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파문 '돌부처', 메이저리그행도 위기에 빠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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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왕 오승환(33)이 위기에 빠졌다. 불법도박 혐의로 자칫하면 선수 생활을 중단해야 할 지도 모른다.

오승환이 2년간 활약했던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는 11일 오승환과의 재계약 협상을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일본 스포츠매체인 닛칸스포츠는 이날 "오승환의 잔류를 위해 애썼던 한신이 큰 결단을 내렸다. 협상을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오승환의 소속사인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도 "한신과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확인했다.

오승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구원 1위에 올랐다. 그래서 한신은 도박 혐의를 받기 전까지 오승환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더 이상 기다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오승환은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불법도박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오승환은 혐의에 대해 일부 시인했지만 조직폭력배와의 연루 의혹은 부인했다. 검찰은 오승환이 조직폭력배 출신 도박업자와 사전 연계가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고, 약식기소(벌금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 오승환은 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했다. 그러나 협상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한신과의 협상은 결렬됐고, 일본 내 이적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들의 도박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더구나 일본에선 1969년 발생한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승부조작 스캔들인 '검은 안개’ 사건 이후 야구계와 폭력단이 연계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지난달 삼성에서 방출된 임창용(39)의 사례를 볼 때 국내 복귀도 쉽지 않다. 2013년 말 오승환은 전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의 허락 하에 일본에 진출했다. 그래서 국내로 복귀하려면 삼성 외의 구단과는 계약할 수 없다. 삼성은 전력의 핵심인 윤성환·안지만·임창용을 모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한 데 이어 지난달 말 검찰 조사를 받은 임창용을 보류명단에서 제외했다.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오승환을 받아들일 명분이 없다.

오승환의 유일한 희망은 미국 진출이다. 소속사 관계자가 11일(한국시간) 끝난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참가해 협상을 벌였다. 복수의 구단이 오승환에게 관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만 프로야구에서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제명됐던 투수 차오친후이(34)가 올해 1월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전례가 있다. 당시 미국에서 논란이 벌어졌지만 MLB 사무국은 그가 승부조작에 연루된 증거가 없다면서 다저스와의 계약을 승인했다. 차오친후이는 지난 9월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5경기에 등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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