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계사 협조 없어도 한상균 체포” 오늘 오후 4시 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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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4시까지 출두하지 않으면 강제 체포하겠다”는 경찰의 최후통첩을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8일 밤 관음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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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8일 조계사를 찾아 한상균 위원장의 자진퇴거에 대해 협조를 구했다. [뉴시스]

경찰이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 피신한 지 23일째(8일 기준)인 한상균(53)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24시간 내에 자진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시한은 9일 오후 4시까지다.

“24시간 내 불출석 땐 영장 집행”
강신명, 경내 경찰력 진입 시사

화쟁위 “자신의 거취 조속 결정을”
여신도 40명 한때 강제 퇴거 시도
민주노총 “한 위원장 체포 땐 총파업”

 강신명 경찰청장은 8일 오후 3시30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위원장의 도피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지금부터 24시간 내에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5월 24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와 올해 5월 노동절 집회 당시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다. 하지만 관련 재판에 6개월간 세 차례 나오지 않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강 청장은 “조계사의 협조가 없더라도 통상의 영장 집행 방식대로 집행할 것”이라고 말해 조계사 내 경찰력 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찰의 종교시설 진입은 2002년 3월 조계사로 피신한 발전노조 노조원 7명의 체포를 위한 게 마지막이었다. 앞서 이날 조계사 측은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경찰의 ‘영장 집행’ 의사 표명은 한 위원장의 ‘조계사 버티기’가 쉽게 안 끝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지난 5일 제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끝난 직후 이틀간 한 위원장을 두 차례 방문해 자진퇴거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노동법이 저지될 때까지 나갈 수 없다”며 거부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옆방에서 흘러오는 MSG 향에 컵라면 고문을 당했다” “객(客)으로서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 “사찰이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 등의 글을 올렸다.

 퇴거 거부와 관련해 강 청장은 8일 “20일 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 국민과 불자를 배신하는 것”이라며 “불법 폭력행위를 주도한 후 종교시설로 도피한 채 불법행위를 계속 선동하는 건 매우 중대한 범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도 “야당이 노동 관련법을 연내 처리하지 않겠다는 당론을 확정해 밝힌 만큼 한 위원장이 거취를 조속히 결정할 것을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조계사 신도로 구성된 ‘회화나무 합창단’ 소속 여성 단원 40여 명은 한 위원장이 은신 중인 관음전 4층으로 올라가 “한상균 끌어내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한 위원장의 방(407호)으로 통하는 입구가 잠겨 있자 “열쇠공을 불러 문을 따겠다”고도 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한 위원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2차 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백남기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 40여 명은 조계사 일주문(정문) 앞에서 “노동 개악이 중단될 때까지 한 위원장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후 6시 긴급회의를 연 뒤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방침은 민중의 헌법적 저항권을 짓밟는 공안 탄압”이라며 “한 위원장의 자진출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 체포가 감행되면 즉시 총파업 및 총력투쟁에 돌입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9일 오후 4시쯤 수도권 소재 조합원들을 조계사 인근에 결집시키고 오후 9시부터 공안 탄압 규탄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유성운·조혜경·박병현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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