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허경민 "현수 형 몰래 두산 계약도장 찍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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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민. [사진 일간스포츠]

"(김)현수 형이 남아줬으면 좋겠어요."

두산 내야수 허경민(25)에게 2015년은 행복한 한 해였다. 올 시즌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7, 41타점을 기록하면서 주전 3루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가을의 활약상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포스트시즌(PS)에서 54타수 23안타(타율 0.426), 10타점을 기록한 그는 단일 PS 최다안타 기록을 세우며 팀을 14년만의 우승으로 이끌었다. 태극마크까지 단 그는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 12에서도 백업이지만 제 몫을 다 하며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7일 열린 2015 넷마블 마구마구 일구상 시상식에서는 의지노력상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큰 상을 받아 너무 기분좋다. 그 동안 이렇게 많이 나간 적이 없는데 올해를 기점으로 삼아 더 성장하고 싶다. 나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올라갔을 것 같다. 부담으로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를 더 채찍질해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허경민은 우승을 한 뒤 재미있는 목표를 한 가지 세웠다. 팀 선배인 김현수(27)를 내년 시즌 타점왕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목표다. 주로 1,2번으로 나선 그가 루상에 더 많이 나가 중심타자인 김현수가 많은 타점을 올릴 수 있게 하겠다는 '일석이조'의 목표다. 그러나 허경민의 바람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경민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현수 형이 두산에 남아줬으면 좋겠다. 현수 형 같은 최고의 타자와 같이 야구를 해야 나도 발전할 수 있다"고 웃었다. 이어 "현수 형은 두산 주장감이다. 실력만 좋은 게 아니라 후배들도 잘 챙겨주고 생활도 모범적이다. 자기관리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 같아서는 술을 먹고 현수 형이 두산 계약서에 도장 찍게 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물론 정말 그렇게는 못 하겠지만 실력이 뛰어난 형과 같이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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