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건강] 푸른 향기가 몸을 맑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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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나는 '자연 속의 종합병원'이라고 불린다. 독일의 사상가 칸트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나를 즐겼다. 유럽에선 이미 오래 전에 내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파고들었다.

독일엔 나를 위한 장소(Wald)가 수백 곳이나 있으며, 남부 바이에른 지방과 북부 산림지대에서 특히 유명하다. 나는 산림욕이다. '몽땅 벗은 손님'을 특히 좋아한다.

피부의 땀구멍.털구멍을 통해 내가 줄 수 있는 3대 선물인 산소.피톤치드.음이온을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손님들의 피부를 통해 몸에 쌓인 노폐물이 잘 빠져 나가며, 피부 자극으로 혈액순환도 좋아진다.

천연 피로회복제, 산소=나는 맑고 깨끗한 산소를 아낌없이 제공한다. 소나무 숲 1㏊(약 3천평)에선 44명이 1년간 마실 수 있는 산소가 나온다. 이 산소는 혈액을 통해 곧바로 사람들의 몸 구석구석까지 퍼진다.

산소 공급이 부족하면 피로물질이 몸 안에 쌓이고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미국 맨체스터 대학병원에서 만성 피로를 호소한 1백30명을 조사한 결과 산소를 넉넉히 마시면 피로를 덜 느끼고 운동능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는 그저 누워 있는 손님에겐 인색하며 걷는 손님에겐 후하다. 가만히 있으면 산소를 분당 3백㎖쯤 마시지만 걸으면 그 두 배 이상(7백~8백㎖) 들이마실 수 있다.

숲의 모기향, 피톤치드=나와 사귀면 숲의 정기인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게 된다. 피톤치드는 각종 식물이 만들어낸 살균 물질이다. 아카시아꽃.떡갈나무잎을 결핵균과 함께 두고 잠시 뚜껑을 닫아놓으면 균이 죽는다는 사실도 소련 학자(레닌그라드대학 토킨 교수)의 관찰로 처음 알려졌다.

피톤치드는 첫째,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임업연구원과 충북대 수의대 연구팀이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 스트레스(전기 자극)를 심하게 받은 실험쥐에게 피톤치드를 공급하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혈중 농도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25~70%나 낮아졌다.

둘째, 긴장을 완화시키며 혈압을 낮춰준다.

셋째, 심장.폐기능을 강화시켜 심장병.기관지 천식.폐결핵 치료를 돕는다. 숲 깊숙이 자리잡은 독일 베를린의 하펠회에 병원은 지난 수십년간 폐결핵 환자 치료에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넷째, 심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피로가 풀린다. 같은 음식이라도 산에서 먹는 밥이 꿀맛이다.

냇가의 신경안정제, 음이온=숲의 폭포.냇물.계곡물 등 물이 흐르고 물방울이 튀는 곳, 식물의 광합성이 활발한 곳에선 음이온이 많이 만들어진다. 음이온은 지친 몸에 쌓인 양이온을 상쇄시켜 자율신경을 진정시키고 혈액 순환을 돕는다. 사람의 몸은 긴장.피로.스트레스가 심할 때 양이온을 대량 방출한다. 이를 배출하지 않으면 신경장애.신경통.경련 등이 올 수 있다.

제대로 즐기는 법=소나무.전나무.잣나무 등 침엽수가 많은 곳에서 나와 만나는 것이 효과 만점이다. 같은 면적(1㏊)이라도 침엽수림은 4㎏, 활엽수림은 2㎏의 피톤치드를 낸다. 음이온도 침엽수림에서 더 많이 생긴다. 계절적으론 여름과 봄에, 시간적으론 오전 11시쯤 피톤치드 발산량이 가장 많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오전 11시를 중심으로 4시간(오전 9시~오후 1시) 정도 나를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산꼭대기.산밑보다는 산 중턱, 잔잔한 날보다는 바람이 부는 날이 좋다. 옷은 면.마 등 자연 소재로 만든 얇고 헐렁한 러닝과 반바지가 적합하다.

숲속에 그냥 앉아 있기 보다 걷거나 등에 땀이 밸 정도로 뛰는 것이 유익하다. 2㎞를 20분에 걷는 속도라면 적당하다. 거리는 체력에 맞춰 2㎞부터 시작해 5㎞, 10㎞로 늘려간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도움말 주신 분 : 임업연구원 강하영 박사, 인천길병원 이성재 교수, 건국대 산림자원학과 김종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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