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개표 및 전당대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개표는 그야말로 피말리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개표는 11시까지 서청원(徐淸源)후보가 최병렬(崔秉烈)후보에 5,6백표 앞서갔다.우편 투표에서도 徐후보가 앞섰다. 하지만 이후 부산, 경남 등지의 투표함이 열리면서 상황은 역전됐다.위원장의 성향에 따라 몰표도 쏟아졌다.

경남 사천은 崔후보 표가 80% 이상 나왔고 진해쪽은 徐후보 표가 다수였다.강재섭(姜在涉) 후보의 지지기반인 경북 지역에서도 예상외로 崔후보쪽에 표가 쏟아졌다.개표장 주변에선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쏠림 현상이 막판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낮 12시엔 崔후보가 2천6백표 정도 앞섰다.徐후보측은 "충남, 충북, 호남 등에서 몰표가 나올 것"이라며 역전의 희망을 놓치 않았다.오후 들어 충북, 호남 지역을 개표함에 따라 둘의 표차는 줄어드는 듯했다. 개표장 주변에선 "모르겠다","합산해봐야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 2시께 투표함이 모두 열리자 崔후보측은 밝은 표정으로 "2천표 내외의 승리"를 전한 반면 徐후보측은 굳은 얼굴이었다.

○‥개표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개표장 부근도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분위기였다.

장내 방송에서는 "개표에서 관계없는 사람들은 개표장 부근에서 물러나라"는 부탁의 말과 함께 "참관인들도 개표장에서 메모를 하거나 전화를 걸면 퇴장시키겠다"는 경고도 계속 이어졌다.

○‥지난 24일 전국 2백81개 투표소에서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로 옮겨진 투표함과 우편투표함들은 오전 7시께 대형트럭에 실려 전당대회장인 잠실체육관으로 옮겨졌다.

1백여명의 개표요원들은 10시부터 여섯 곳의 개표대로 나뉘어 개표작업을 시작했다. 제 1~4 개표대는 지역 투표함을,제 5,6 개표대는 우편 투표함을 개봉했다. 지역 투표함은 기계를 이용한 전자 개표방식으로, 우편 투표함은 수작업으로 개표가 진행됐다.

전자개표된 투표용지들은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다시 수작업을 통한 검증까지 거쳤다. 당 선관위측은 시간대별 개표 현황을 전혀 밝히지 않는등 마지막 결과 발표까지 보안 유지에 전력을 기울였다.

○‥당 선관위측은 개표대별로 특정 후보에 표가 몰리는 현상을 희석시키기 위해 개표대마다 후보별로 강세인 지역과 약세 예상지역을 뒤섞어 개표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이때문에 제 1 개표대에선 서울.경기.대구 지역 투표함을 섞어 개표했고 다른 개표대들도 광주,울산,부산,경북,경남등 지역별로 혼합해서 투표함이 배당됐다.

그러나 지역별로 특정 후보에 몰표가 쏟아지는 현상은 여전했다. 한 개표 관계자는 "어느 위원장이 누구한테 줄을 섰는지 다 훤히 보인다"며 "위원장이 열심히 뛴 지역은 몰표가 나오고 아닌 지역은 표가 분산되는 경향이 강했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 한 지구당의 투표함을 놓고 '무효'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이 지구당의 투표함에서 나온 투표용지들에 선관위가 공인한 '사람 인(人)'자가 새겨진 기표 도구가 아닌 다른 기표 도구가 사용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선관위가 해당 지구당 사무국장을 불러 "다른 도구를 사용해도 무방한 걸로 착각했다"는 해명과 함께 경위서까지 받는 소동뒤에야 개표를 허용했다.

○‥'젊고 변화하는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심기위한 시도들도 눈에 띄었다.

중앙무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작,변화와 감동''새로운 희망을 국민에게'등 대형현수막과 함께 '변화는 내가 먼저 개혁은 모두 함께''변하자,행동하자,다시 뭉치자''업그레이드 코리아,힘찬출발'등 변화를 외치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내걸렸다.

또 이례적으로 40대 중반의 박 진(朴 振),김영선(金映宣)의원이 공동사회를 맡았고 그동안 엄숙하게 등장했던 당기(旗)도 17명으로 구성된 인라인 스케이트 기수단의 손에 맡겨졌다.

강갑생.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