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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례 시인 “노벨문학상은 시·소설 상금 같은데 … ” 너스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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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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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시 신청사에서 제15회 미당·황순원문학상과 제16회 중앙신인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하경 중앙일보 논설주간, 최정례 미당문학상 수상자, 한강 황순원문학상 수상자, 이재은 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자, 김소현 시 부문 당선자, 방인석 평론 부문 당선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웃음과 활기, 재미와 감동이 어우러진 시상식이었다. 최고의 문학상인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선배 문인들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 없을 ‘예술론’ 수준의 수상 소감을 토해냈고, 시상식이 서툴 수밖에 없는 후배 문인들은 생기 넘치는 각오를 쏟아냈다. 시상식을 많이 다녀보지 않아 수상 소감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며 막 등단한 막내 시인이 끝내 눈물을 흘리자 선배들은 “원래 작품 쓰는 것보다 여러 사람 앞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며 후배를 다독였다.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서울시 신청사에서 열린 제15회 미당·황순원문학상, 제16회 중앙신인문학상의 시상식 풍경이다.

한강 “도망치지 말라 팔 잡는 느낌”
중앙신인문학상 3명 시상식도
동료문인·가족 등 150명 한자리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은 공교롭게도 1915년 같은 해에 태어나 2000년 같은 해 나란히 타계한 미당 서정주 시인과 소설가 황순원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중앙일보가 2001년 제정한 국내 대표적인 문학상이다. 올해는 특히 두 문인이 탄생한 지 나란히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를 의식해서인지 산문시 ‘개천은 용의 홈타운’으로 미당문학상을 받은 최정례(60) 시인은 “평생 시에 몸 바치고도 아무런 대가 없이 세상의 냉대와 현실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동료 시인께, 그들의 영광을 가로챈 것 같아서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곧 “잠시 다른 얘기를 하겠다”며 “왜 노벨문학상은 시인이 받든 소설가가 받든 상금이 똑같은데 미당문학상 상금과 황순원문학상 상금은 차이가 나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미당문학상 상금은 3000만원인 반면 황순원문학상 상금은 5000만원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평소 ‘돌직구 발언’을 서슴지 않기로 유명한 특유의 면모다. 그러나 “단조로운 일상은 언제고 믿는 도끼가 되어 우리 발등을 찍겠지만 시는 우리의 익숙한 시선을 바꿔 세계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진지함을 회복했다.

 소설가 한강(45)씨의 황순원문학상 당선작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은 잡지사 노동쟁의를 소재 삼아 우리가 과연 남의 아픔에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지를 물은 작품이다. 그는 “수상 통보를 받는 순간 뭔가 더 이상 도망치지 말라고 팔을 꽉 잡아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오늘 시상식에 참석한 다른 작가들의 수상 소감을 지켜보며 모두가 뜨겁게 애쓰고 있다는걸 느꼈다”고 말했다.

 최정례 시인 축사에 나선 김승희 시인은 “최 시인은 울퉁불퉁한 근육의 시 쓰기를 하는 시인이다. 얌전한 시를 쓸 수 없어서 그런 시를 쓰는 게 아니다”라며 거침 없는 시 세계에 대해 덕담을 했고, 신인문학상 심사위원 축사를 한 정홍수 평론가는 “갈수록 파편화되는 디지털 시대에 젊은 세대가 문학의 비밀과 내밀한 고독을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지만 미래의 작가들이 자기들의 몫을 다하리란 확신이 오늘 들었다”고 말했다.

 미당문학상 예심 심사를 한 문학평론가 송종원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은 동료 문인들과 수상자들의 친지·친구들을 합쳐 150명 가량이 참석했다.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문은 김소현씨가 ‘투명 인간-못 생긴 너에게’로 받았고, 소설 부문은 이재은씨가 ‘비 인터뷰’로 수상했다. 평론은 이수명의 시 세계를 분석한 방인석씨가 받아 등단했다. 미당·황순원문학상 심사위원 축사는 소설가 임철우씨가, 한강씨의 동료 문인 축사는 서울예대 제자인 소설가 윤해서씨가 했다. 시상은 중앙일보 이하경 논설주간이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강씨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씨를 비롯해 시인 천양희·이시영·김기택·이진명·장석남·조용미·홍일표·이원·배용제, 소설가 정미경·구효서·은희경·하성란·윤성희, 평론가 한기욱·이광호·서영채·조재룡·함돈균·백지연·심진경·황종연·서희원, 번역가 안선재, 중앙북스 노재현 대표 등이 참석했다.

글=신준봉·정아람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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