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팝에 맞춰 칼같이 군무·격파 … ‘태권 콘서트’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기사 이미지

태권도는 무도와 스포츠를 넘어 공연 위주의 퍼포먼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이 지난 9월 미국 뉴욕 웨스트포인트(미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기사 이미지

세계태권도연맹(WTF) 태권도 시범단의 남녀 에이스로 전 세계를 돌며 태권도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이윤주(왼쪽), 이지석씨. [김상선 기자]

커튼이 열리고 컴컴하던 무대에 불이 켜진다. 신나는 케이팝(K-POP) 음악에 맞춰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남녀가 절도 있는 군무(群舞)를 선보인다. 조명·음악과 어울리는 화려한 퍼포먼스에 관객들의 탄성이 이어진다. 간간이 이어지는 마술쇼와 관객 체험 이벤트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온다.

WTF 시범단 이지석·이윤주씨
체조·발레까지 결합, 종합예술 진화
매년 전세계 돌며 30~40회 공연
“방문국 전통음악 맞춰 석달 준비”

 아이돌 그룹 콘서트 현장이 아니다. 최근 들어 퍼포먼스 아트로 새롭게 주목 받는 태권도 공연장 분위기다. ‘경기 태권도’가 득점 위주의 단순한 운영으로 “무도 정신이 쇠퇴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태권도 고유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산업적 가치도 추구하는 ‘퍼포먼스 태권도’가 인기를 끌고 있다.

 퍼포먼스 태권도 부문에서는 시범단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대한태권도협회(KTA), 국기원 등 태권도 관련 국내·외 단체들이 모두 태권도 시범단을 운영하며 세계 각지에서 태권도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태권도를 올림픽 핵심 종목에 포함시키며 안정적 지위를 확보한 WTF는 시범단을 앞세워 퍼포먼스 태권도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WTF 시범단 소속 이지석(25·용인대)씨와 이윤주(23·나사렛대)씨는 전 세계를 돌며 ‘태권도 전도사’로 활동 중이다. 매년 10~15회 외국에 건너가 총 30~40회 공연을 한다. 지난 2009년 시범단에 입단한 이지석 씨가 그간 방문한 나라는 40개를 넘는다. 이씨는 “공연이 결정되면 3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그 나라의 전통음악에 맞춰 안무를 꾸준히 바꾼다”면서 “늘 긴장 속에 연습하고 공연하지만 태권도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며 세계인들과 교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영화배우로도 활동 중인 이씨는 “공연이 생활이다보니 카메라 앞에 서도 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수성(76) 전 국무총리의 친손녀로 지난 2013년 시범단에 합류한 이윤주 씨는 “고교시절 태권도 시범 동아리에서 활동한 게 인연이 돼 대학도 태권도학과에 진학했고, WTF 시범단원까지 됐다”면서 “시범단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38명의 단원 중 20명 정도만 해외공연에 참여하기 때문에 항상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WTF 시범단은 ‘태권도 사절단’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특별한 기억을 많이 쌓았다. 지난 2011년에는 두바이의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Burj Al Arab)’ 28층 헬리패드(헬리콥터 착륙장)에서 시범공연을 했다. 1999년 개장 이래 이곳에서 스포츠 관련 이벤트가 열린 건 골프 티샷(타이거 우즈), 테니스 이벤트 매치(로저 페더러·앤드리 애거시)에 이어 태권도가 세 번째였다. 지난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에서는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협회(ITF) 시범단과 합동 공연도 했다. 나일한 WTF 시범단장은 “퍼포먼스와 발기술 위주로 예술성을 강조한 우리와 달리 ITF는 손동작이 많고 파워 위주의 선이 굵은 안무가 주를 이뤘다”면서 “서로 다른 느낌의 태권도를 하나로 엮는 과정이 흥미롭고도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경상북도체육회가 지난해 창단한 ‘독도사랑 태권도시범단’은 태권도 퍼포먼스를 통해 독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응삼 경북체육회 운영부장은 “태권도와 무용을 융합한 태권무 공연으로 독도 수호 의지를 드러내는 게 공연의 핵심”이라면서 “전국 투어를 통해 청소년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독도 문제의 진실을 알리는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태권도는 ‘난타’로 대표되는 넌버벌(non-verbal·비언어) 퍼포먼스 공연계에도 활발히 진출 중이다. ‘그레이트 태권도’, ‘쇼 태권’, ‘에이지 오브 태극’, ‘탈’, ‘놀자’ 등 상업형 공연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태권도 공연은 음악과 조명, 미술, 마술, 체조에 발레까지 결합된 종합 아트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태권도가 ‘생활 속의 무도’로 자리잡으려면 고유의 정신을 지키는 것과 별도로 현대인의 감각에 맞춰 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퍼포먼스 태권도=득점 위주의 경기 태권도가 아닌 태권도 동작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음악·조명·미술 등이 어우러진 종합 태권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