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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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11월 18일 34면>
국내 무슬림을 소통과 화합으로 보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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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벌인 11·13 파리 테러 이후 일부 국내 거주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를 겪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어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테러범과 종교가 같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무슬림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일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이는 테러와 학살을 일삼아 온 IS가 자신들의 잔학행위를 서방 기독교 문명에 대항하는 이슬람 성전이라고 그릇되게 선전한 탓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극단주의 세력과 무슬림을 동일시하는 것은 괜한 억측과 편견일 뿐이다. 전 세계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16억2000만 무슬림의 대다수는 이슬람에서 평화와 순종의 자세를 배운다. 이들은 극단주의자인 IS와 전혀 무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이들에 반대한다. 우리가 비난할 대상은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이지 외국인 이주자라는 신분이나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아니다.

 국내에는 결혼 이주나 산업 연수 등으로 13만5000여 명이라는 적지 않은 무슬림이 살고 있다. 산업계의 일손 부족이나 농촌의 결혼 수요 증가 등에 따라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을 편견이나 차별 없이 인간적으로 대하면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미래 한국이 전 세계의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매력코리아’가 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이번 파리 테러를 계기로 소통과 화합으로 무슬림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시민단체·교육기관·종교교단까지 다 함께 나설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교류와 소통 기회를 확대해 이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듬는 노력이 필요하다. 각급 학교에선 서로 종교·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최근 확산 중인 종교 화합 운동에 이슬람도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무엇보다 종교나 출신 국가를 따지지 말고 이주민들을 편견 없이 대하면서 우리 전통의 따뜻한 정(情)을 보여 줄 때다.

한겨레 <2015년 11월 19일 31면>
‘소수자 통합’ 중요성 일깨운 파리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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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의 배후에는 이슬람국가(IS)가 있지만, 테러를 저지른 행동대원은 대부분 유럽 국적의 젊은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따져 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이슬람국가에 대한 대응 못잖게 중요하다.

 9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번 테러 행동대원의 대부분은 프랑스와 벨기에 국적의 이민자 출신 20대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일시적으로라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가담한 경험도 있다. 이슬람국가가 이번 테러에서 어떤 역할을 했든, 지하드(성전) 전사를 자처하는 유럽 젊은이가 없었다면 이번 일은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인종·종교·이념적 소수파 등을 배제하지 않고 사회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 준다.

 수만 명 규모의 이슬람국가 외국인 전사 가운데 유럽 출신자는 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극단주의 세력의 일원으로 활동하다가 귀국한 유럽인도 1200명이 넘는다. 이번 테러 가담자 가운데 여러 명이 ‘유럽 지하드의 허브’라고 불리는 벨기에 도시 몰렌베이크와 연관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이 도시는 10만 명 가까운 인구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무슬림이며 실업률이 30%를 넘는다. 어느 사회든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좌절한 젊은이들이 폭력적인 탈출구에 기대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유럽 나라들이 사회통합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이런 현상이 더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이번 테러 이후 일부 유럽 나라들이 이민자 집단을 백안시하거나 중동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민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유럽으로 몰리는 중동·북아프리카 출신 난민을 막으려고 유럽 전체가 국경을 봉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슬람 혐오증(이슬라모포비아)이 커진다면 사회 전체의 분열을 자극해 기존 이민자 집단의 통합조차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자유는 테러보다 강하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말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잔혹한 테러에도 불구하고 관용과 배려를 호소하는 유럽인이 더 많은 것은 다행이다. 우리나라에도 무슬림을 비롯해 다양한 소수자 집단이 살고 있다.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힘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재는 잣대가 된다.

논리 vs 논리

“소통·화합으로 무슬림 안아야” “유럽 사회통합 노력 계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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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테러를 당한 파리의 ‘벨 에퀴프’ 레스토랑 앞에서 사람들이 희상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있다. 부상자 수백 명을 수술한 인근 병원은 치명상을 입은 총상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파리 AP=뉴시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는 ‘동시다발 테러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벌인 것으로 사망자가 132명, 부상자는 352명에 이르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이어 18일에는 파리 북부 생드니에서 테러범들과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 시간은 전 세계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의연하고 성숙한 태도를 보인다. 보통 이런 공격을 당하면 즉시 복수해야 한다는 선동적인 주장이 지지를 얻기 쉽다. 그러나 한겨레는 “자유는 테러보다 강하다”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말을 강조한다.

중앙 또한 “극단주의 세력과 무슬림을 동일시하는 것은 괜한 억측과 편견일 뿐”이라며 이슬람 전체를 테러리스트인 듯 여기는 시각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11·13 파리 테러 이후 일부 국내 거주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를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한겨레도 “잔혹한 테러에도 불구하고 관용과 배려를 호소하는 유럽인이 더 많은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한다. 테러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은 편견을 키우며 보복을 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에서 두 사설의 논조는 일치하는 셈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법에 있어서는 중앙과 한겨레의 생각이 엇갈린다. 한겨레는 테러의 원인을 종교적인 갈등보다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으며 ‘유럽 지하드의 허브’라 불리는 벨기에 도시 몰렌베이크를 예로 든다.

벨기에의 무슬림 숫자는 전체 인구 1100만 명 가운데 6% 정도다. 하지만 몰렌베이크의 무슬림 비율은 30%를 넘는다.

 그러나 무슬림이 많아 이 도시에 테러리스트들이 몰려드는 것은 아니다. 몰렌베이크의 실업률은 벨기에 평균 8%의 4배 가까운 30%에 이른다. 이 점에서 “어느 사회든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좌절한 젊은이들이 폭력적인 탈출구에 기대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는 테러에 대한 한겨레의 진단은 설득력이 있다.

 이에 비해 중앙은 이슬람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지적하는 데 공을 들인다. 중앙은 “전 세계의 23%를 차지하는 16억2000만 무슬림의 대다수는 이슬람에서 평화와 순종의 자세를 배우며 극단주의자인 IS와 전혀 무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이들에 반대한다”는 점을 짚어 준다.

실제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있는 프랑스대사관 앞에서는 주민 수백 명이 모여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덤타워, 이집트의 가자 피라미드에서는 테러에 맞선다는 의미에서 프랑스 국기를 뜻하는 청(靑)·백(白)·적(赤)의 삼색 조명을 비추기도 했다.

 테러리스트들은 공포를 조장해 편견과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전략을 취한다. 이 점에서 시중에 퍼지는 ‘이슬람포비아’가 근거 없음을 주장하는 중앙의 사설은 테러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을 일러 주는 것이라 하겠다.

 파리 동시다발 테러 이후 프랑스에서는 군 입대 지원자가 무려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프랑스 국방부는 ‘이슬람국가에 대한 복수가 아닌, 자유·평등·박애라는 프랑스의 가치를 보호하려는 의지’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 사회는 이번 파리 테러를 계기로 소통과 화합으로 무슬림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중앙의 주장과도 맥이 통한다.

 나아가 한겨레는 “테러 이후 일부 유럽 나라들이 이민자 집단을 백안시하거나 중동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우려를 보낸다.

유럽연합(EU)의 국가들끼리는 솅겐조약에 따라 국경에서의 검문검색이나 여권 검사를 하지 않는다. 솅겐조약은 유럽통합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테러 이후 유럽의 극우정당들은 솅겐조약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극소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두려움이 유럽 공동체에 대한 믿음까지 흔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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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반면 중앙은 무슬림들을 “편견이나 차별 없이 인간적으로 대하면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미래 한국이 전 세계의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매력코리아’가 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한겨레는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중앙은 경제적인 시각에서 이슬람권 이민자와 난민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다음 주 논점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2월 8일자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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