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첫 온라인 예비선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2004년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할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경선후보 9명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을 이용한 '인터넷 예비선거'가 24일(현지시간) 시작됐다.

투표장소는 민주당 후원단체인 무브온의 웹사이트(www.moveon.org). 23일 저녁 인터넷 메일로 투표용지를 받은 유권자들은 24일 0시부터 25일 밤 자정까지 인터넷상의 가상 투표소로 들어가 9명의 후보 중 한명에게 자신의 한표를 행사한다. 모든 절차는 자신의 집.사무실 컴퓨터에서 이뤄진다.

물론 이번 선거는 내년 2월 뉴햄프셔주에서 열리는 공식 예비선거와 관련이 없고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승인을 받은 절차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 내에선 어떤 언론이나 후보도 이번 행사를 '단순한 인기투표' 차원으로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투표권을 갖고 있는 1백40만명의 네티즌이 이번 인터넷 선거에 유권자 등록을 했다. 이들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이나 무소속도 포함된다.

미국에서는 예비선거가 벌어지는 정당 소속이 아니라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이라도 주에 따라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네티즌들의 투표성향은 내년에 벌어질 예비선거를 가늠할 척도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투표자 수뿐 아니라 무브온이라는 단체의 영향력.공신력도 온라인 예비선거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무브온은 198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처음 설립했고 현재는 각종 선거의 민주당 입후보자들에게 선거자금을 모아주는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 단체는 네티즌들로부터 불과 10, 20달러씩 모금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총선 때에는 3백20만달러, 지난해 중간선거 때 4백1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후보들에게 나눠준 바 있다. 이번 투표 결과는 27일 발표될 예정이다. CNN.NBC 등 대부분의 미국 언론은 전 버몬트주지사였던 하워드 딘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딘은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었고 지명도도 낮지만 그동안 메일 발송과 젊은 네티즌들이 좋아하는 공약 개발 등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인터넷 선거운동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당초 무브온의 예비선거를 가볍게 봤던 존 케리(매사추세츠), 조셉 리버먼(코네티컷) 상원의원 등 다른 후보들은 미국인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자 이달 초부터 부랴부랴 지지자들에게 "무브온 웹사이트에 들어가 유권자 등록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인터넷 정치평론사이트인 살롱닷컴의 조앤 월시 편집장은 "이번 온라인 예비선거는 앞으로 미국 내 선거.정치개혁을 위한 신호탄이자 실제 인터넷 선거의 실현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