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무협시사] 차기 강호맹주, 몰래 담벼락을 넘다 걸리다

중앙일보

입력

 ‘J무협시사’는 무협소설 형식으로 오늘의 뉴스를 풀어봅니다.  아래 첨부된 링크를 클릭하시면 관련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차기 강호맹주, 달빛 아래서 제자와의 민망한 만남

“음.”

고고한 인상의 중년인이 자신의 멋들어진 수염을 매만졌다.
그러자 옆의 사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식사가 부족하신지요?”

중년인이 고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흠, 괜찮네.”

사내가 재차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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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밥을 대부분 태운 탓에 많이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사양치 마시고 더 드시지요.”

그러자 중년인이 역정을 냈다.

“내가 누구냐! 차기 강호맹주(江湖盟主)다! 한낱 밥 따위에 집착할 사람처럼 보이느냐?”

사내가 찔끔하더니 기어들어가는 말투로 고개를 조아렸다.

“소인이 사부님의 생각을 읽지 못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흠, 알았으면 나가 봐라!”

밖으로 나간 사내가 풀이 죽은 채 고개를 내흔들었다.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 사부님께서는 대사(大事)를 준비 중이신데……. 나는 한낱 밥 따위에 집착하다니.”

사내가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데 지나가던 청년이 산 쪽을 가리켰다.

“사나운 멧돼지들이 고을로 침범했다 하니까 그쪽도 조심하시오.”

“뭐, 무인(武人)인 내가 멧돼지 따위 뭐가 두렵겠소만……. 고맙소.”

시간이 흘러 고즈넉한 밤이 되었다.

잠자리에 누우려던 사내는 문뜩 청년이 해준 말을 상기하고는 잠시 밖을 살폈다.

“멧돼지가 바보이지 않는 이상 감히 용호문(龍虎門)에 발을 내딛을…….”

그런데 이게 웬걸.
검고 커다란 그림자가 담벼락을 서성이는 것이 아닌가.

“오호, 이놈. 내일은 멧돼지 고기로 회식을 거하게 할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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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스릉.

칼날이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검을 든 사내가 그림자 뒤를 살금살금 뒤쫓았다.

“오호라, 이놈이 음식 냄새를 맡고서는 주방으로 가는구나!”

우걱우걱!

주방에서 무언가를 급하게 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내가 씨익 웃었다.

“이놈, 많이 먹어라. 그래야 내일 맛난 고기가 나올 터이니!”

주방 앞에 도착한 사내가 검을 번쩍 들었다.

“다음 생에는 꼭 사람으로 태어나라…….”

이내 검을 내려치려던 사내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고 커다란 그림자는 멧돼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중년인이었다.

“……사부님?”

중년인이 놀라며 고개를 뒤로 휙 돌렸다.
그의 입가에는 식은 밥풀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매우 처량해보였다.

사내와 중년인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여,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중년인이 황급히 고개를 푹 숙이더니 신속하게 뛰쳐나갔다.

“사, 사람 잘못 보셨소!”

휙!

용호문이 자랑하는 희대의 보법, 천하보(天下步)로 담벼락을 가볍게 넘어가는 중년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내의 표정은 멍하기만 했다.

※부산 강서구의 한 매립지에 멧돼지 11마리가 나타났다. 멧돼지는 모두 사살됐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50분쯤 강서구 신호동 부영1차 아파트 부근에 멧돼지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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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멧돼지 11마리,2km 바다 헤엄쳐 아파트 단지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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