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안대희 전 대법관, "쇠파이프로 경찰 때리는 걸 보면 법질서 확립 안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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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대희 전 대법관이 내년 20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뒤 부산, 서울 등지에서 '강연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은 27일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열린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총회장 오호석) 초청 강연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자들과 만나 “곧 (부산으로) 옮길 거다. 마음에 둔 곳이 정리됐다고 해도 아직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에는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일관했다.

예정시간보다 약 5분 늦게 행사장에 도착한 안 전 대법관은 강연 첫머리에서도 “아직 정치적 입문에 대해 이야기 한 바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강연에 앞서 오호석 총회장이 “대법관께서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신다. 최고의 득표를 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그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안 전 대법관은 ‘새로운 시대의 법치주의’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바람직한 최소의 기준이 아니라 최고의 기준을 정해놓은 것이 우리나라 법의 현실”이라며 “과도한 규제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규제개혁은 정부에서도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가 모든 실정을 파악하진 못한다”며 “직능인과 중소상공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때 실질적인 개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법관은 지난 14일 불법폭력 시위와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진 민중총궐기대회와 관련해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질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했다”며 “시위대가 쇠파이프로 경찰들을 때리는 걸 보면서 아직 우리나라의 법질서가 확립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위를 한 번 할 때마다 주변 상인들은 38억원의 손해를 보고 주변 교통이 막혀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고 지적한 안 전 대법관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보장돼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나라가 움직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법관은 “평생을 수사와 판결, 변론을 통해 약자를 위해 일했다고 자부한다”며 초임검사 시절 연탄업자들에게 뒷돈을 받고 부당이득을 챙겨준 공무원을 구속시킨 일과 공무원에게 돈을 주고 ‘황금노선’을 챙겨 번 돈을 뒤로 빼돌린 운수업자들을 처벌한 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에 대해 적법하다고 한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도 “정당한 판결”이라고 했다.

강연 말미에 안 전 대법관이 “진정한 동행과 연대를 위해선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강자의 횡포를 억제해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법의 가치”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안 전 대법관도 “모두가 잘 사는 나라가 되도록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안 전 대법관은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내달 예비후보 등록에 맞춰 지역을 정하고 정상적인 활동을 하겠다. 마음속에 생각해 둔 곳이 있다”며 20대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할 것임을 시사했다. 출마 예상 지역으로는 태어나 자란 부산 동구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재직 당시 인연을 맺은 해운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25세 때 최연소 검사로 임용된 안 전 대법관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과 대검 중수부 과장 등을 거치며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국민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진 대법관을 역임했다. 2012년 퇴임 후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아 당선을 도왔다. 2014년 5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전관예우’ 논란으로 엿새만에 낙마했다. 현재 법무법인 평안의 변호사로 있는 그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의 상임고문을 겸하고 있다.

하준호(연세대 정치외교학 3년) 인턴기자 jdoldol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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