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명에 7000억원 불법 모집 밸류인베스트 이철 대표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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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투자자 3만여 명에게서 7000억원의 투자금 모집’.

“벤처 투자해 고수익 보장” 미끼

 ‘벤처 투자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이철(50) 대표가 2011년 9월부터 4년여간 정부의 금융투자업 허가를 받지 않고 모집한 투자금 규모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지 않고 7000억원의 투자금을 불법 모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이 대표와 범모(45) 경영지원부문 부사장을 구속 기소하고 영업부문 부사장인 박모(4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검찰은 불법 투자금 가운데 수억원이 정치권 인사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 등은 투자조합 인가를 받지 않은 채 ‘첨단 금융기법을 보유한 금융투자 전문회사’라고 홍보했다. 또 “비상장 주식이나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달콤한 말로 투자자를 꾀었다. “투자조합 **호를 오픈합니다. 매진 임박입니다” 같은 광고를 하거나 “개미(개인투자자)의 돈도 모이면 벤처금융의 재원이 될 수 있다”고 설득도 했다. “‘확정수익 추구형’ 종목으로 원금과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모은 돈도 1580억원에 달했다.

 투자자들이 모이면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검토보고서’와 실제 투자를 위한 ‘**호 결성계획서’ 등을 커뮤니티에 올렸다. “지금까지 종목 중 최고가 될 것”이라는 말에 피해자들은 1인당 적게는 100만~200만원, 많게는 1000만원 이상씩 투자했다. 오프라인으로도 활발한 모객이 진행됐다. 이 대표는 보험영업인들을 끌어들여 영업사원으로 활용했다. 일반 보험사보다 수당을 더 줬다. 전국 5개 영업본부에 3000여 명의 영업사원들이 활동했고 투자금 모집 실적에 따라 팀장·수석팀장·지점장·본부장·영업부문장 순으로 승진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임직원 중 투자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는 드물었고 수익은커녕 손실만 늘어났다. 실제로 이들이 투자한 비상장 회사 중 상장된 회사는 하나뿐이었다. 투자금 중 20%를 회사 운영비와 임직원 수당으로 떼고 나머지 80%의 자금만 투자한 것도 문제였다. 이들은 투자자와 약속한 날짜에 수익을 배분하기 어렵게 되자 신규 투자자를 모집, 새로 들어온 투자금 2000억원을 기존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돌려막기’도 했다.

 ◆피해금 반환 쉽지 않아=피해자들이 투자금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끌어들인 자금 중 2000억원은 실제 투자되지 않고 돌려막기에 사용됐다. 투자자들과 약속한 종목이 아닌 다른 회사에 투자한 경우도 많다.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투자처도 있다. 그러나 금융 당국에 신고한 업체가 아니라서 피해 구제방법도 마땅치 않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 등은 여전히 선진 금융기법을 가졌고 벤처 육성을 위해 필요한 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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