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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을 '장마'에 제주 감귤농가 울상

중앙일보

입력

11월 내내 장마철 같은 비가 이어지면서 수확기를 맞은 제주 감귤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제주기상청은 이달 1~25일 제주시는 16일간, 서귀포시는 12일간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여기에 27일까지도 비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제주도에서는 평균 51.1㎜의 비가 내렸지만 올해는 172.5㎜가 내려 3배 이상 늘었다. 열대 태평양에서 발달한 엘니뇨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주기상청 한미정 예보관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일본 동쪽에 강한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남쪽에 비구름을 품은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감귤은 11~12월이 본격 수확철이다. 하지만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면서 품질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수확을 앞둔 감귤에 비가 많이 내리면 껍질이 수분을 흡수한 뒤 팽창해 낙과가 많아진다. 또 당도와 산도가 떨어져 감귤 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장·유통하는 과정에서 부패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감귤 값도 지난달보다 떨어졌다. 비를 맞은 감귤이 제주 밖 도매시장까지 가는 동안 부패하는 등 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제주도 감귤출하연합회는 노지에서 자란 제주감귤 10㎏의 전국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는 지난 20일 9600원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올해 가장 가격이 좋았던 지난달 6일의 1만7700원에 비해 45.8%나 하락했다. 24일에는 1만600원을 기록했다.

비 때문에 적정 수확시기도 놓치고 있다. 수확이 집중되는 감귤철에는 일손을 구하기 힘든데 비가 올 때는 사람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제주시 조천읍에서 감귤농사를 하는 설동배(60)씨는 “상품 감귤 비율이 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올해는 태풍 등 큰 자연재해가 없어 감귤 수확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하늘이 너무 야속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제주도 노지감귤관측조사위원회와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25일 올해 산 노지감귤 예상 생산량을 51만1000~54만7000t으로 예상했다. 잦은 비의 영향으로 유통이 어려울 정도로 결점이 많은 감귤의 예상 비율도 7.1%로 평년 5.8%보다 높았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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