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쬐면 "알레르기 뒤탈 걱정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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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우리나라 어린이는 10명 중 한명 꼴로 식품 알레르기에 시달린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른 보다는 어린이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많이 일으킨다. 아직 면역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에 걸리는 어린이들은 설사나 구토.어지럼.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일어난다. 우유 속에 들어 있는 알레르기 물질 탓에 일반 분유조차 먹지 못하는 유아도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은 계란.새우.우유 등 1백60여종이나 되며, 우리나라는 우유와 계란.메밀.새우 등의 알레르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소시지 등 대부분의 육가공 식품에 들어가는 아질산염도 알레르기 원인 물질 중의 하나다. 웬만한 영양 식품은 알레르기 물질이 다 포함돼 있는 셈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알레르기 물질을 식품에서 없앨 수 있을까.

알레르기 물질은 집에서 끓이거나 굽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알레르기 물질이 열 등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 그래서 방사선 조사,유전자 조작, 고압.고온 처리, 효소 처리를 하는 등 특수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그 물질을 퇴치할 수 없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변명우 박사팀은 최근 방사선을 계란이나 소시지 등에 쪼여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방사선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식품의 맛이나 영양소는 파괴하지 않으면서 알레르기 물질만 파괴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방사선은 식품의 완전 멸균 기술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데 알레르기 물질 파괴에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박사는 "방사선 기술은 가장 간편하고 완벽한 멸균을 하기 때문에 우주인.등산 전문가들의 식량 소독에 이용한다"며 "앞으로는 멸균뿐 아니라 알레르기로부터도 해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판 중인 비 알레르기 분유의 경우 효소처리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효소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우유의 베타락토 글로불린 등을 파괴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효소의 영향으로 분유 맛이 쓰거나 불쾌한 경우가 많다.

또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완전히 없앨수 없어 심한 알레르기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안된다. 웬만한 빵에는 분유와 계란 흰자위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이런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들은 고역일 수 밖에 없다.

알레르기 물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없앤 종자를 개발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유전자조작 식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유럽인들에게 특히 많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콩.땅콩의 경우 현재 몬산토㈜ 등을 중심으로 유전자조작 품종이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식품의 안전성 논란이 거세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고온가압법의 경우 압력솥에 넣고 식품을 찌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가정용 압력솥보다 압력이 세배쯤 높다. 그래야 알레르기 물질에 변화가 생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아직 상용화하고 있지 않다. 식품을 찌기 때문에 식품 재료의 맛이나 색깔 등이 원재료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또 대량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기술은 일본에서 많이 연구하고 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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