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단통법의 두 얼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기사 이미지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2014년 10월 1일부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되었다.

 단통법을 살펴보면 그 핵심내용은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금지’와 ‘보조금 상한제’에 있다. 단통법에 대한 평가가 첨예하게 갈리는 이유는 이 두 가지 요소의 상반된 효과 때문인 듯 하다. 단통법의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금지’ 규정은 독점력 있는 공급자의 가격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가격차별이 금지되면 핸드폰을 꼭 필요로 하지만 정보력 등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행태가 사라지게 되어 결국 공급자의 이윤은 감소하고 소비자의 이익은 평균적으로 개선된다. 정부가 목표로 한 바이다.

 그러나 정부가 간과한 점은 단통법의 또 다른 핵심요소인 ‘보조금 상한제’의 효과이다. 단말기 제조업이나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이나 모두 과점시장에 해당하고, 과점공급자들은 가격인하 즉 보조금 인상을 통한 출혈경쟁을 하게 된다. 이 때 정부가 ‘보조금 상한제’를 도입한 것은 마치 과점공급자들의 가격담합을 정부가 나서서 강제한 것과 같다. 결국 공급자의 이윤은 증가하고 소비자들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이 두 상반된 효과 중에 어느 쪽이 더 강하였는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다만 한가지 주목할 점은 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폰 단말기 시장과 이동통신서비스 시장 모두 그 규모가 소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대형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이익이 단통법 시행 이후 크게 증가하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만약 총 시장규모가 소폭 감소한 상황에서 대형 통신업자들의 이익이 증가하였다면 결국 영세 판매 대리점들 또는 소비자들이 손실을 보았다는 것 외에 어떤 다른 설명이 가능한 것인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

 단통법을 통해 소비자 보호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정부는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금지’ 규정은 유지하되 ‘보조금 상한제’ 규정은 철폐하여야 할 것이다.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