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카우걸에서 테러범으로… 아이트불라첸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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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언론에 공개된 아스나 아이트불라첸의 평소 모습. [사진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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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걸’로 불리던 26살 프랑스 여성은 어떻게 테러범이 됐을까.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북부 생드니에서 벌어진 대규모 테러범 검거작전에서 한 젊은 여성이 스스로 폭탄 조끼를 터뜨려 목숨을 끊었다. 이 여성은 파리 테러를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이 사촌 여동생 아스나 아이트불라첸(26).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청바지에 창이 큰 모자를 쓰는 활달한 ‘카우걸’로 불렸다.

모로코계 이민가정 출신이긴 하지만 프랑스에서 태어나 서구화된 교육을 받은 그가 단기간 내 극악한 테러범으로 변신한 건 여전히 미스터리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진 이슬람 사상에 경도됐고, 사촌 오빠 아바우드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를 알던 지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라며 충격에 빠져 있다.

같은 동네에 살았던 한 이웃은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트불라첸은 매우 활달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며 “창이 큰 모자에 청바지를 입길 좋아해 사람들이 ‘카우걸’이라고 불렀다”고 기억했다.

아이트불라첸의 부모는 1973년 프랑스로 이민 왔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 손에서 큰 그는 독일 국경지역인 폴 베를렌 대학에 다녔고 2013년엔 부동산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그가 극단주의에 빠진 것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트불라첸의 남동생 유수프는 “누나는 종교에 관심이 없었고 코란을 읽는 것을 본 적도 없었다”며 “최근 부쩍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페이스북이나 왓츠앱 같은 SNS에 몰두하는 것 같아 조언을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페이스북에 히잡을 쓰고 브이(V)자를 그린 사진과 함께 “내 의지로 시리아에 가겠다. 조만간 터키로 간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프랑스에서 자폭으로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프랑스 당국은 공공연히 이슬람국가(IS)를 지지하는 글을 SNS에 올린 그를 감시해 왔다. 아바우드와의 관계가 드러난 후엔 감청을 실시했고 이를 통해 파리 테러 이후 은신처를 찾아냈다. 하지만 어떻게 아바우드의 극단주의에 동조하게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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