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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를 부숴라, 특명 받은 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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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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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기도 이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차량 충돌 테스트를 했다. 수입차 등 고가차의 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수리비 산정을 위한 사전 등급 평가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 보험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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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자동차 충돌시험용 인체모형·사진)는 개당 1억5000만원의 고가 장비다. [사진 보험개발원]

“5-4-3-2-1. 스타트~ 쾅! 잠시 뒤 충돌 부위가 얼마나 부셔졌는지 보시면 됩니다. 하체와 반대편도 부서진 곳이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자차 보험료 산정 위해 등급 평가
보험료 인상 앞두고 테스트 한창
12등급 판정 받은 쉐보레 임팔라
동급 차보다 20만~22만원 적어

 10일 낮 경기도 이천 노성산 기슭에 자리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선 손해사정사 연수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동차 충돌 테스트가 진행됐다. 차량이 시속 22㎞로 달리다가 제동 없이 운전석 쪽 방향(왼쪽 40% 위치)에 있는 구조물과 충돌하는 사고 재현 실험이었다. 보통 시속 15㎞ 충돌 테스트를 하지만 이번엔 에어백을 터뜨리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충돌 테스트를 참관한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조상철(29) 손해사정사는 “충돌 위치 말고도 손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이번 테스트를 통해 알게 됐다”며 “수입차 증가로 보험 가입자의 걱정이 늘고 있는데 정확한 수리비와 보험료 산정을 위해 더욱 눈을 크게 뜨겠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수입차(외산차) 보험료와 관련 있다. 수입차의 자차(自車) 보험료가 최대 15%까지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차종 수리비가 평균 수리비의 120%를 넘는 차에 대해 할증요율을 신설해 수입차의 자차 보험료를 3~15% 올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갑작스런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해 보험개발원은 국산차에만 해오던 출시 전 자차 보험료 산정을 위한 등급 평가를 최근 수입차에도 문을 열었다. 이곳에선 그동안 연간 50차례 정도 자동차 충돌 테스트가 이뤄지는데 내년부터는 더 바빠지게 됐다.

 충돌 테스트와 수입차 보험료 산정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 국산차는 시판 전 충돌시험 등 수리비 적정성 평가에 따라 보험료 등급을 정하고, 출시 이후엔 손해율(보험금/보험료)을 일부 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모델별 판매대수가 1만대를 넘지 못하는 수입차는 기존 모델의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된다. 이에 따라 부품가격과 수리비가 비싸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높은 수입차의 운전자는 보험료를 많이 내야 한다.

 수입차 첫 타자로 나섰던 쉐보레 임팔라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 차량은 한국GM이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준대형 세단이다. 임팔라는 1~26등급 중 12등급 평가를 받았다. 동급 수입차 평균 5등급보다 좋다. 등급이 26등급으로 갈수록 차량 가액(신차는 출고 가격, 중고차는 시세)에 비해 보험료는 낮아진다. 이에 따라 임팔라 고객은 등급 평가 없이 손해율로만 자차 보험료를 산정했을 때보다 보험료가 낮다. 임팔라 2.5L 모델의 경우 60만~68만원 수준(46세, 경력 3년 이상 기준)으로 자차 보험료가 산정됐다. 동급 수입차보다 20만~22만원 정도 적다.

 박진호 자동차기술연구소 기획조사실장은 “임팔라에 이어 한 독일산 차량도 내년 초 사전 등급 평가를 받을 예정”이라며 “자차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등급 평가를 받는 수입차가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천=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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