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 "불법" 노동부 "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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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계속 혼선을 빚고 있다. 같은 사안을 놓고 합법과 불법의 판단이 부처 간에 엇갈리는가 하면 불법파업에 대한 '원칙 대응'의 해석도 모호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주부터 잇따라 예정돼 있는 파업을 앞두고 재계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23일 전국 근로감독관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불법파업과 관련, "일시적인 폭력이라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맞다"며 "집단행동에 무조건 온정적으로 대화나 타협만 하거나, 원칙대로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전 조흥은행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불법파업은 엄격히 대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불법파업이라 해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24일로 예정된 인천.부산.대구 지하철 노조의 파업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했으나 노동부는 파업의 절차.목적.방법이 타당해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최종찬(崔鍾璨) 건교부 장관은 "쟁의 대상이 아니고 절차도 잘못돼 불법파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민기(盧民基) 노동부 노사정책국장은 "노조 요구사항의 상당부분이 임단협과 관련된 것이므로 목적상 합법에 속한다"며 "절차도 찬반투표를 거쳤고 조정기간도 소화했으므로 탓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협중앙회.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긴급 회장단 모임을 갖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투자를 할 수 없으며, 기업을 다른 나라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 조남홍 부회장은 "기업들은 작금의 사태에 대응할 힘이 없다"며 "투자를 줄이고, 고용을 감소하고, 회사 문 닫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느냐"고 말했다.

서울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주한 일본기업인들의 모임인 서울재팬클럽도 최근 한.일 양국 정부에 제출한 '사업환경 개선을 향한 건의서'에서 "(노사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외국으로부터의 투자촉진에 큰 폐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렬.장정훈.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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