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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청와대 출마 지시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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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9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했다.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만큼 정 장관이 국회 일정에 불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행자부 직원들은 전날(8일) 차관이 대신 출석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정면돌파로 방향을 틀었다.

“총선 출마하나”에 구체 답변 피해
청와대도 “나가라 할 입장 아니다”
야당 “고향 경주에 특교세 챙겨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그런 정 장관을 상대로 사퇴 배경과 총선 출마 여부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

 새정치연합 김상희 의원은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기 전에 빨리 사표를 내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청와대로부터 들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해외 순방에 나선다. 정 장관은 “휴일에 갑작스럽게 사퇴 기자회견을 할 만큼 급한 배경이 있었느냐”는 물음에도 “그런 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청와대에서 연락받은 게 없다면서 왜 하필 일요일인 어제(8일)를 택했느냐”고 묻자 “제 거취와 관련해 언론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행자부) 예산 심의도 상당 부분 진행이 돼서”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도 정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사전조율설을 부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가 공천을 줄 수도 없는 마당에 (장관 보고) 나가라 마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 않느냐”며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단지 정 장관이 기자회견 전에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사실을 알려오기는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정 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선 총선 출마를 겨냥한 사전조율설이 광범위하게 번져 있다. 정 장관과 가까운 한 인사는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당연히 상의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정 장관은 본인의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새정치연합 김관영 의원이 “내년 선거에 나가느냐”고 묻자 “그것은 제가 말씀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비켜갔다. 행자부 예산 심의를 위해 열린 안행위 전체회의에서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등의 부인은 하지 않았다.

 야당은 이날 정 장관이 고향인 경북 경주시에 2014년 이후 현재까지 특별교부세 99억원을 지원한 것을 두고 “장관의 출마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 아니냐”고 따졌다. 행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 장관 취임(2014년 7월) 전인 2014년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41억여원을 지원했고 취임 후 현재까지 58억원을 배정했다.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개인의 정치적 야심으로 지역구가 될 고향을 챙기기 위해 특별교부세 폭탄을 투하한 것 아니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정 장관은 “취임 후 배정된 58억원 중 사전에 책정된 세계물포럼 행사 지원액 20억원을 빼면 38억원”이라며 “경주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시 단위 평균 특별교부세 40억9000만원보다 적다”고 답했다.

신용호·김형구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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