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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TPP 가입 땐 쌀 추가 개방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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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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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일본이 쌀 시장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높은 수준으로 개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지금보다 높은 시장 개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TPP 협정문안을 분석한 데 따르면 일본은 TPP 발효 후 미국으로부터 무관세로 쌀 5만t을 수입하기로 했다. 수입량은 발효 후 13년 차까지 7만t으로 확대돼 유지된다. 호주로부터는 발효 직후 6000t, 13년 차부터 8400t을 무관세 수입하기로 했다. 1999년 쌀 시장을 개방한 일본은 ㎏당 341엔(가격 기준 약 300~400%)의 관세를 매겨 사실상 수입을 막아왔다. 대신 관세 없이 연간 77만t을 수입했다.

일본, TPP서 한·미 FTA보다 더 개방
쇠고기 시장은 한국이 더 많이 열어

 일본과 유사하게 시장 개방을 미뤄왔던 한국 정부도 올해부터 쌀에 관세 513%를 매기면서 의무 수입량은 40만9000t으로 유지했다. TPP에 가입하면 미국·호주·베트남 등 쌀 수출국으로부터 유사한 시장 개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 등 다른 국가와 FTA를 체결할 때 쌀을 시장 개방 품목에서 제외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6일 “TPP 가입을 결정할 때 쌀 시장은 지속적으로 보호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협정문안 공개로 일본의 쌀 시장 개방안이 알려진 만큼 한국도 피해 가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도 TPP 협상 전에는 5대 민감 품목(쌀·쇠고기·돼지고기·낙농품·보리)을 절대 개방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다자간 협정인 TPP에선 한국이 그간 썼던 전략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시장은 일본이 한·미 FTA 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개방했다. 현재 관세가 38.5%지만 TPP 발효 직후 27.5%로 낮추고 발효 16년 차부터는 9%대를 유지한다. 한국은 미국·유럽연합(EU)·호주와 FTA에서 발효 16년 차 이후 관세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향후 TPP 가입 협상 때 쇠고기 관세는 주목을 덜 받겠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한국 정부가 그동안 FTA에서 쇠고기 시장을 너무 일찍 열어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영기업을 통한 정부 지원을 금지하는 TPP 규정도 농산물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 한국농식품유통공사(aT)나 농협중앙회를 통해 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쓰고 있다.

세종=조현숙·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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