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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머리도 짧게 깎았는데…' 감독 투혼 못 살린 프로농구 전자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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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훈 감독 사진=일간스포츠 양광삼 기자]

"올해도 일찍 바싹 깎았는데…"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를 이끌고 있는 유도훈(48) 감독은 시즌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하는 행동이 있다. 바로 머리를 짧게 깎는 것이다. 유 감독은 지난 2014~2015 시즌 2라운드에서 전자랜드가 9연패에 빠졌을 때, 삭발하면서 팀 분위기를 다 잡았다. 감독의 삭발에 당시 전자랜드 선수, 코치들도 머리를 짧게 밀어 심기일전했고, 이후 거짓말처럼 6연승하고 상승세를 타며 6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유 감독은 올 시즌에도 머리를 짧게 밀었다. 지난 6일 KCC전을 앞두고 삭발에 가깝게 머리를 짧게 깎았다. 올 시즌 개막 4연승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연패만 4차례(2연패 2회·3연패 1회·4연패 1회) 당하며 8위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유 감독의 '짧은 머리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KCC전에서 80-87로 패한 뒤, 8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도 74-81로 패했다. 전자랜드는 4연패를 당하며, 8위(7승12패)에 그대로 머물렀다.

5년 연속 플레이오프(PO)에 올랐던 전자랜드는 최근 위기다. 외국인 센터 안드레 스미스(30)가 1라운드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팀을 떠났고, 정영삼(31·허리), 이현호(35·무릎)도 부상 때문에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전자랜드는 조직력이 허물어지며 최근 6경기 연속 80점 이상 내주는 심각한 수비난도 겪고 있다. 오리온전을 앞두고 유 감독은 "지금 같은 심경은 고사라도 지내고 싶다"면서도 "전자랜드 사전에 포기란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무엇이든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게 프로"라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선두 오리온을 상대로 3쿼터까지 밀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 수비로 오리온을 밀어부쳤다. 그러나 승부처였던 4쿼터에서 해결할 만 한 선수가 없었다. "공격을 할 선수가 없다"고 했던 유 감독의 우려가 그대로 맞았다. 이날 트리플 더블(26점·18리바운드·11어시스트)을 올린 애런 헤인즈(34)와 21점을 넣은 문태종(40)을 앞세운 오리온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전자랜드는 뒷심 부족으로 패했다.

경기 후 유도훈 감독은 "승부처에서 슛이 들어가야 할 때 들어가지 않았고, 리바운드 등 기본적인 팀 수비가 무너진 게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연패 탈출에 실패한 유 감독은 "선수들이 져도 뭔가 배우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감독으로서 맞춰가는데 노력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고양=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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