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업스트레스 때문에" 쿠팡맨 사칭, 일베에 살인 암시글 올린 20대 취준생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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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 살인 등 범죄 암시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자수했다. 해당 남성은 경찰에서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글을 쓰게 됐다”고 진술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천씨는 지난달 20일 일베에 ‘쿠팡 채용 전형에 합격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이곳에 범죄를 암시하는 댓글을 달았다. 천씨는 댓글에 자신을 현직 ‘쿠팡맨’이라고 소개하며, “혼자 사는 여성들 주소를 적어 두고 있다. 일을 그만두고 새벽에 찾아가겠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그가 올린 댓글 중에는 “물 배달시키는 여성들을 죽이겠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커뮤니티로 퍼간 사람의 신상을 알아내 죽이겠다”는 등 살인을 암시하는 잔혹한 내용도 다수 있었다.

이처럼 천씨가 올린 댓글들은 공포스러운 내용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그러자 쿠팡 측은 “해당 글쓴이가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논란이 커지자 두려움을 느낀 천씨는 쿠팡 측에 찾아가 자신이 글을 올린 사람임을 실토했고, 경찰에 자수했다. 천씨는 글 내용과 달리 특별한 전과도 없는 평범한 취업준비생이었다.

천씨는 경찰에서 “직업 없이 집에만 있어 스트레스가 컸는데 이 와중에 일베에 취업에 성공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나만 이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에 순간 배가 아파 허위 댓글을 달게 됐다”고 진술했다. 천씨는 전문대 졸업 후 취업을 시도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천씨는 또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는데 너무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경찰은 천씨에 대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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