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도박 기업인들, 조폭에게 빌린 돈만 5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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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내 폭력조직과 연계된 해외 원정도박에 금융투자업·건설사·대부업체·양식업체·요양원 대표 등 다양한 업종의 중견 기업인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기업인들이 조폭들에게서 빌린 도박 자금만 500억원대로 실제 판돈은 수조원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현재 경찰이 진행 중인 프로야구 선수들의 원정도박 수사와 관련해 “일부에서 제기된 야구선수 도박 의혹과 혐의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해 수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검찰 26명 기소, 7명 지명수배
프로야구 선수 수사 확대 가능성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4일 원정도박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폭과 기업인 등 총 33명을 입건해 이 중 14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7명은 지명수배했다. 사법처리된 이들 가운데 기업인은 12명이었다. 마카오 등에서 169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를 받고 있는 문식(56) 켄오스해운 대표 등 4명이 구속 기소됐고, 강남300 골프장 맹성호(87) 회장 등 8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경기도 지역에서 종교 계열 B요양원을 운영하는 박모(54)씨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청주파라다이스파가 운영하는 필리핀 카지노의 정킷방에서 도박을 해 2억원을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투자업을 하는 P사 대표 조모(44)씨는 지난해 원정도박 브로커 신모(50·지명수배)씨의 소개로 베트남 정킷방에서 22억원대 도박을, 충북 제천의 중견 건설사 사장 최모(63)씨는 7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조폭과 브로커들은 원정도박 타깃을 물색하면서 사전에 기업인들의 토지 등기부 등본을 떼어 보거나 생산 공장까지 방문하는 등 철저하게 재산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도박 브로커들은 기업인들에게 항공·숙박과 현지 차량 등을 패키지 상품으로 제공해줬다.

 검찰 조사 결과 원정도박의 최신 트렌드는 국내 조폭들이 현지 조폭들이 운영하는 카지노와 결탁해 도박 수익금을 40~50%씩 나눠 갖는 ‘셰어 정킷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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