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자원 가치 172조 달러, 난개발 하면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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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르 크뢰베 노르웨이 프람박물관장. 그의 뒤에 있는 초상화는 사상 첫 그린란드 횡단에 성공한 탐험가 프리쵸프 난센. [사진 주한노르웨이대사관]

“북극은 자원의 보고이며 기후 변화로 세계 선박 운항에서 한층 중요해졌어요. 경제적 이익과 환경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지키며 개발해야 합니다.”

크뢰베 노르웨이 프람박물관장
북극 탐험 전시회 위해 서울에
"경제이익·환경보호 균형 지켜야"

 노르웨이 극지 탐험선 프람호 등을 전시하는 극지 종합 전시관 프람박물관의 가이르 크뢰베 관장은 최근 미국·러시아·중국 등이 활발히 탐사 활동에 나선 북극 개발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극해에 있는 원유 등 매장 자원의 가치는 172조 달러(20경원)로 추산된다. 또 기후 변화로 북극해 빙하가 녹으며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단거리 항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부산~로테르담(네덜란드) 거리가 1만 2700㎞로 기존 항로(2만1000㎞)보다 37% 줄어 운항일수가 30일에서 20일로 단축될 전망이다.

 크뢰베 관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서울 수하동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에서 열리는 ‘북극 탐험-과거·현재·미래 전시회’를 위해 방한했다. 노르웨이어로 전진을 뜻하는 프람호(號) 등을 전시하는 프람박물관은 1936년 개관해 매년 32만 명이 찾고 있는 관광 명소다. 지난해 여행 웹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가 꼽은 노르웨이 제1의 박물관으로 선정됐고 ‘올해의 유럽 박물관상’ 후보에 올라 있다.

 그는 “프람호 등 북극 탐사에 쓰인 선박 2척이 보존된 프람박물관은 한국어를 포함한 10개국 언어로 전시돼 있으며 2000여 점의 사진·편지·일지가 소장되어 있다”고 말했다. 프람호는 프리쵸프 난센의 북극 탐험(1893~1896), 오토 스베드럽의 그린란드·캐나다령 엘스미어섬 탐험(1898~1902), 로알 아문센의 남극 탐험(1910~1912) 등 크게 세 번 쓰였다.

 크뢰베 관장은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탐험가인 난센의 발자취를 찾아 올해 여름 세계 최북단 군도(群島)인 프란츠 요제프 란트에 다녀왔다고 했다. 면적이 서울의 25배(1만5700㎢)인 이 곳엔 난센이 돌과 얼음 등으로 지은 헛간이 남아있다. 난센이 1888년 그린란드 횡단에 성공하기 전까지 수천 명이 북극 탐험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었다. 크뢰베 관장은 “난센은 자연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인류애가 남달랐다”며 “그는 1920년대 러시아 난민들의 신분 보장을 위해 특별 여권인 ‘난센여권’을 만들어 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난센은 노벨상 상금 전액을 난민 구호 기금에 기부했다. 그의 이름을 따 설립된 난센국제난민사무소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전신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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