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빨간 바지가 떴다, 한국-쿠바 평가전

중앙일보

입력

 
'공포의 빨간 바지 군단'이 고척돔에 떴다. 프리미어 12에 출전하는 야구 국가 대표팀이 쿠바와 평가전을 치른다.

야구 대표팀은 4일(오후 6시20분)·5일(오후 6시30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와 '2015 서울 슈퍼시리즈'에서 맞붙는다. 8일 개막하는 국제대회 프리미어 12에서 한국은 B조, 쿠바는 A조에 배정돼 예선에서는 만나지 않는다. 쿠바 야구대표팀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도 한국을 찾아 평가전(1승1패)을 가졌고, 결승에서 다시 만났다.

야구가 국기인 쿠바는 1930년대부터 아마추어 세계 최강을 지켜왔다. 프리미어의 전신 격으로 2011년 폐지된 야구 월드컵에서는 39번 중 무려 25번이나 우승했다. 한국에게도 쿠바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쿠바가 뛰어난 실력을 유지했던 건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전폭적 지원 덕분이다. 카스트로는 젊은 시절 야구 선수로 뛰었으며 열렬한 팬이었다. 그의 아들인 안토니오 카스트로는 현재 대표팀 주치의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쿠바의 명성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반 에르난데스, 올랜도 에르난데스, 호세 콘트라레스 등 특급 투수들이 부와 명예를 쫓아 망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2009년과 2013년에는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결국 아예 문호를 개방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선수들을 진출시키기 시작했다. 이번 대표팀에도 합류한 율리에스키 구리엘(31)과 알프레도 데스파이네(29)가 대표적이다. 구리엘은 지난해 일본 요코하마에서 62경기를 뛰며 타율 0.305, 11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지바 롯데에서 103경기에 나가 타율 0.258, 18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7월에는 미국과 쿠바가 재수교를 하면서 자유롭게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실제로 2일 입국한 쿠바 선수들은 이번 프리미어 12에 굉장한 열의를 보이고 있음을 드러냈다. 망명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참가해야했던 것과 달리 이들은 미국과 쿠바간의 협정이 만들어진다면 더 큰 몸값을 기대할 수 있다. 구리엘은 "메이저리그는 꿈꿔왔던 무대다. 뉴욕 양키스를 어렸을 적부터 동경해왔기 때문에 뛰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프리미어 12는 최고의 트라이아웃이 될 수 있는 셈인 것이다.

쿠바 대표팀의 빅토르 메사 감독은 "한국 야구 수준이 높다는 걸 알고 있다.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며 "모든 선수들의 상태가 좋다. 프리미어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구리엘과 한국 정대현(37·롯데)의 재대결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정대현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3-2로 앞선 9회 말 1사 만루에서 등판해 구리엘을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승리를 안겼다. 구리엘은 "정대현이 출전한다는 걸 몰랐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재대결 때문에)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쿠바와의 평가전은 한국에게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대표팀은 포스트시즌 일정이 길어지면서 청백전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이후 휴식을 취해 경기 감각이 떨어진 선수도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민호는 "확실히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 투수들의 공이 더 빨라보인다"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은 3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전보다 조금 더 빠른 공과 변화구을 연습 타석에서 쳤다. 포스트시즌에 나갔던 선수들과 아닌 선수들의 차이가 있었다. 투수의 공을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쿠바전이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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