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논문도 출처 안쓰고 재탕땐 부정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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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논문이나 학술지 논문을 쓴 연구자가 자신이 과거에 쓴 논문을 출처 표시 없이 재탕했다면 이는 연구부정행위에 해당된다. 교육부는 연구자 부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개정해 3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지침엔 중복게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인사청문회 등에서 자기표절 논란이 이어졌다.

교육부 ‘연구 부정행위 기준’ 강화
타인 저작물, 단어·문장 변형은 표절
학생 논문, 교수가 단독 발표도 안돼

 개정 지침에서 규정된 부당한 중복 게재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출처 표시 없이 반복 게재해 연구비를 받거나 승진 심사 등에 활용하는 경우를 뜻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남의 연구를 도용하지 않았더라도 자기 표절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부당하다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말했다.

 표절의 개념도 4개 유형으로 구체화됐다. 현행 지침은 표절을 ‘타인의 아이디어·연구내용·결과 등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행위’라고 짧게 서술하고 있다. 개정 지침은 타인의 연구내용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단어나 문장을 변형해 쓰는 경우, 타인의 독창적 생각을 활용할 경우, 저작물을 번역해 활용할 때 출처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로 규정했다.

 부당한 저자 표시의 상세 기준도 명시했다. 연구에 기여하지 않았는데 저자로 이름을 올리거나 기여했는데도 이름을 빼면 부정행위로 규정된다. 또 지도 학생의 학위논문을 지도 교수 단독 명의로 학술지 등에 게재·발표하는 행위도 부정행위 사례에 포함됐다.

 개정 지침에 따라 각 대학은 연구부정행위 조사위원회에 해당 학문 분야 전문가를 1인 이상 넣어야 한다. 검증 결과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학은 검증 결과가 나오면 이를 부정행위 해당 연구자의 소속기관이나 논문 발간 학술단체에 통보하는 한편 부정행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교육부는 연구부정행위를 적발했을 때 연구비를 환수하고 학술지원대상자에서 연구자를 제외한다. 또한 각 대학 자체 규정에도 개정 내용을 반영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는 “부정행위 기준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처벌해야 짜깁기가 아닌 진짜 연구가 빛을 보는 풍토를 만들 수 있다” 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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