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군, 자사주 매입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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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삼성화재는 내년 1월 말까지 자사 주식 166만 주를 사들인다고 밝혔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5320억원어치로 이 회사의 자사매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화재 측은 “주가를 안정시켜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증권도 22일 1188억원에 자기 주식 245만주를 샀다. 이날 삼성전자도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주주 가치를 높일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앞으로도 삼성의 상장사가 자사주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들어 20여개 기업서 사들여
주당 순이익, 주가 상승 가능성 커

 #실적부진으로 비상 경영 중인 포스코그룹은 20일 자사주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매월 급여의 10% 이상으로 대우인터내셔널 등 그룹 내 7개 상장사 중 1곳 주식을 사도록 했다. 포스코그룹 측은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고 경영 성과가 개선될 것이란 믿음을 주주에게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기업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액은 7월 3000억원 수준에서 8월 6394억원, 9월 7680억원으로 증가했다. 10월에도 20일까지 5000억원을 넘었다.

 자사주 매입은 말 그대로 회사가 자신의 주식을 사들이는 걸 말한다. 지금까지는 주가 하락을 막거나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이다. 회사가 주식을 사들이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든다. 그에 따라 주당순이익과 주가가 높아질 수 있다. 회사가 매입한 주식을 소각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 장희종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중 자사주 순매입액의 비율인 자사주 매입 수익률이 0.37%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올해 코스피 시장의 예상 배당 수익률이 1.5% 정도임을 감안하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 이익 환원비율은 1.9%에 육박할 것” 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주주이익 환원 수단이더라도 기업엔 자사주 매입이 배당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 매년 주주에게 배당이익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자금활용 면에서 더 자유롭다. 주주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니다. 김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당으로 내야하는 소득세보다 주식투자로 내는 세금이 적어 유리할 수 있다”고 봤다.

 이달 들어 자사주를 순매입한 기업은 20여 개다. 특히 영풍제지와 SK, 두산건설은 지난달 말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순매입액 비율이 2%를 넘었다. 이외에 제일약품, 한미반도체, 미원에스씨, 삼성물산, 미래에셋생명, SK텔레콤, KSS해운, 미원화학, 현대모비스가 자사주를 사들였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개선 작업을 벌이고 이를 위한 주주 환원 정책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거나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을 하겠다고 천명한 삼성·현대차·롯데, SK그룹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자사주매입이 늘며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며 “중소형주보단 대형주, 내수보다는 수출, 성장보다는 가치형 위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자사주 매입=회사가 자신이 발행한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 기업이 주식을 매입하면 실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 1주당 순이익이 커진다. 이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대표적 수단으로 여겨진다. 적대적 인수 합병을 하려는 외부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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