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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컬렉션, 꽃받침 팬츠 …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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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에서 영감을 얻은 문수 권(디자이너 권문수)의 모자·수트. [사진=헤라서울패션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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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문가들이 본 '서울패션위크'

한국 디자이너들이 내년 봄·여름 내놓을 컬렉션을 선보이는 ‘2016년 봄·여름 서울패션위크’가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2000년 시작된 서울패션위크는 이번 행사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처음으로 총감독(정구호 디자이너)을 임명했고, 해외 바이어와 패션 저널리스트를 대거 초청했다. 서울패션위크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첫걸음이다.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 패션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글로벌 시각에서 서울패션위크를 분석했다.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느낌이에요. 당장 매장에 걸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창조적입니다.”

세계적인 패션 블로거이자 저널리스트인 다이앤 퍼넷은 박승건 디자이너의 브랜드 ‘푸시버튼’에 찬사를 보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퍼넷은 2005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한 1세대 패션 블로거다. 독특하면서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주목받아온 푸시버튼은 간결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팬츠와 드레스를 선보였다. 노랗게 염색한 빡빡머리 여자 모델이 입은 라벤더색 드레스, 꽃받침 모양으로 허리선을 처리한 배기팬츠가 눈길을 끌었다. 멀티브랜드숍인 ‘10 꼬르소 꼬모 상하이’의 이즈미 다카히로 구매담당 매니저도 “푸시버튼은 소재를 선택하는 안목과 옷의 비율이 훌륭하다”고 했다.

퍼넷은 권문수 디자이너의 브랜드 ‘문수 권’과 정혁서·배승연 디자이너의 ‘스티브 J 앤 요니 P’의 쇼도 손에 꼽았다. 권문수는 어촌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인 ‘귀어’를 테마로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스포티함과 수트를 조화롭게 섞는 재주를 가진 그는 과장된 원통형 모자, 고기잡이 그물을 연상시키는 후드 파카와 반바지를 선보였고, 곳곳에 심어놓은 생선 꼬리와 낚시 바늘 모티브로 미소짓게 했다. 오버사이즈 코트 밑단과 점퍼 옆선에는 낚시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형광색 PVC 반사 테이프로 포인트를 줬다.

청계천 세운·대림상가 3층 옥상에서 열린 ‘스티브 J 앤 요니 P’쇼는 블랙, 네이비 스트라이프, 깅엄 체크, 트위드 같은 클래식한 소재를 젊고 매력적이며 모던한 느낌으로 풀어냈다. 반짝이는 그린·블루 스팽글의 스커트·팬츠·점퍼는 한여름의 청량음료 같았다. 캔디컬러 의상과 물기 촉촉한 모델들은 쇼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영업을 마친 전자·기계 가게 셔터 위에 그린 그래피티 벽화와 허름한 주변 건물의 낯선 조화가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디자이너 박승건의 `푸시버튼`은 동시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꽃받침 모양으로<br> 허리선을 강조한 팬츠.[사진=헤라서울패션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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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문가들은 대체로 여성복보다는 남성복에 점수를 줬다. 미국 고급백화점인 색스피프스애비뉴의 에릭 제닝스 남성패션담당 부사장은 “‘비욘드 클로젯’과 ‘제이쿠’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 클로젯은 ‘로맨틱하지 않은 남자가 꿈꾸는 로맨틱, 노맨틱(Nomantic)’을 주제로 낯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을 스토리로 풀어냈다. 금이 간 하트 모양을 재킷·반바지·스웨터 곳곳에 재치있게 새겨 넣고, 이국적인 문양의 오렌지·네이비·흰색 바탕 패턴으로 수트·셔츠·재킷을 만들었다. 제닝스 부사장은 “색감과 질감 등 소재를 가공하는 방법이 신선하다”고 봤다.

최진우·구연주 디자이너가 만드는 제이쿠는 아방가르드하면서 모던한 감성을 방향성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이쿠는 남성 스웨트셔츠나 블루종의 프린트와 디테일이 재미있고 참신했다. 여성복에 사용한 레이스는 마냥 여성스럽기보다는 섹시하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으로 표현했다.

김재현 디자이너의 ‘럭키슈에뜨’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프랑스 뉴스 채널 ‘프랑스 24’ 패션 담당인 파스칼 무리에 프로듀서는 “매우 동시대적이고 이지적이었다. 생글생글 웃는 모델들과 열성적인 관객까지 더해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럭키슈에뜨는 안정된 커리어를 갖고 인생을 즐기는 여성들의 자유분방한 라이프 스타일을 여행이라는 테마로 풀었다. 얇은 끈이 달린 니트 슬립 원피스, 스포티한 자수 장식의 점퍼와 트레이닝 팬츠의 믹스 매치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패션 블로거 퍼넷은 “패션쇼를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자라·H&M과 같은 스트리트웨어와 다른 점은 독창성 있는 창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스팽글 롱 드레스 등 몇 벌 외에는 창의적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외에 진출해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은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한 작품을 배치했다. 박춘무 디자이너는 동양적인 음양의 조화를 뜻하는 청사초롱의 파랑과 빨강, 검정과 흰색이 어우러지는 컬렉션을 내놨다. 한복 같은 넉넉한 실루엣의 톱과 와이드 팬츠, 조각보를 응용한 투명한 실크와 한복 바지, 잠자리 날개 같이 얇은 소재 드레스가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김서룡 디자이너는 주특기인 클래식 수트를 붉은빛 화려한 패턴과 큼직한 체크무늬로 표현한 뒤 한국적인 분위기로 쇼를 마쳤다. 송지오 디자이너는 수묵화 같은 브러시 스트로크 프린트 소재의 여유있는 수트와 도포 자락처럼 펄럭이는 코트, 넉넉한 폭의 버뮤다 팬츠를 통해 동양적 남성미를 보여줬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헤라서울패션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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