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도자 4년 차 힘들어 … 아버지 말씀 이제야 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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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20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열렸다. 국정원은 북한과 관련해 “핵실험을 준비 중이지만 실험 시기가 임박하지는 않았다”며 “핵탄두를 소형화할 기술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한기범 1차장, 이병호 원장, 김수민 2차장, 김규석 3차장. [국회사진기자단]

북한이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20일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이병호 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영변 원자로 가동을 휴민트(인적정보)와 테킨트(기술정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이 전했다.

 여야 의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정은과 권력층 간의 운명체 공동의식이 약해졌다. 김일성 체제를 100이라고 한다면, 김정일 체제는 50~70, 김정은은 10 정도 된다”면서도 “아직까지 강력한 사회 통제가 있고, 중국이 경유 50만t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점이 (김정은 체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최근 ‘지도자 4년 차는 힘들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지도자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될 거라고 했는데 이제야 아버지 말씀이 이해가 된다’는 말을 했다. 김정은이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도 했다.

 국정원은 또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가 현재 평양에서 지병 치료중에 있으며, 건강 상태는 아주 나쁘지 않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당 창건 70주년을 장식하는 대경사’라고 선전하고 있는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에서 지난 3일 붕괴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백두산발전소는 지난 2002년부터 건설해 온 것으로, 수로터널을 뚫어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물을 보내 발전을 일으키는 유역변경식 발전소다. 그간 자금난과 자재 부족으로 공사가 지연돼 왔으나 김 제1위원장이 ‘당 창건 70주년 때까지 무조건 완공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군인 1만여 명을 투입했다. 국정원은 “지난 3일 새벽 수로터널 일부 구간이 붕괴돼 발전소 시운전까지 중단했다”며 “수로터널을 만든 뒤 메우기 공사가 부실해 수압을 견디지 못해 터널 중간지점이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3일은 김 제1위원장이 준공식에 참석한 날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위 소속 의원은 “3일 새벽에 백두산발전소 시운전을 하다 수로가 붕괴됐는데, 김정은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사고를 김정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의 해외 주재관 출신 귀순자가 2013년 8명, 2014년 18명에 이어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20명에 달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귀순한 20명은 전원 국내 체류 중이다. 이철우 의원은 “귀순자 중에는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엘리트 탈북민도 있다고 한다”며 “국정원은 귀순자들이 해외에서 남한의 대북방송 등의 영향을 받아 탈북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날 지난 8월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과 관련해 “북한 225국(대외 공작기관)에서 ‘목함지뢰 도발은 청와대에서 날조한 것으로 여론을 만들라’고 적힌 선동지령문을 입수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조 압력과 중국의 반대, 기술적 준비 미흡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열병식에 나온 신무기인 300㎜ 고사포는 상당히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고 있는 외국인 5명이 국내에 질산암모늄을 밀수하려 했는데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이들의 입국을 차단했다”며 “질산암모늄은 수많은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사제폭탄 원료”라고 밝혔다. IS에 가담하려던 내국인 2명이 정보당국에 적발돼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사실도 확인됐다. 올 초 IS에 가담한 김모(18)군은 지난 5월 이후 행방이 사라져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국정원은 전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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