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공 상담소] 수능 응시생 절반, 왜 배우지도 않은 아랍어에 몰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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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 선택 기준

인문계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라면 제2외국어·한문 과목에 대한 한 번쯤 고민해 보셨을 겁니다. 2016학년도 수능 원서 접수 결과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택한 수험생이 가장 많이 선택한 외국어는 아랍어입니다. 2014년 기준 교육부 학교 알리미에 따르면 전국에서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교는 울산외고, 수원 권선고, 광주 광덕고, 일산 저동고 4개 학교뿐입니다.

그런데도 아랍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절반이 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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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잘하던 한문 대신 일어 택한 아이

고교 2학년부터 제2외국어를 중국어·일어·한문 중에서 선택하라고 합니다. 어려서 한문을 제법 했던 아이라 한문을 선택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일본어가 쉬울 거라고 일본어를 한다네요. 일본어를 해본 적이 전혀 없는데도 말이죠. 실제 수능이나 내신에서 중국어와 일본어 문제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어떤 기준에 따라 제2외국어를 선택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윤모씨·47세·강남구 압구정동)


Q2 언어별로 문제 수준이 차이 나나요

요즘 물수능 얘기가 한창인데 표준점수 때문에 제2외국어나 한문에서 당락이 좌우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실제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은 프랑스어·독일어·일본어·중국어 등인데 수능에서는 쉬운 아랍어를 선택한다고 들었습니다. 언어별로 문제 수준이 얼마나 차이 나는 건가요. 그리고 정말 수능에서 제2외국어와 한문의 비중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한모씨·49세·성남시 분당구)

A 평균 점수 낮아 상위 등급 받기 쉬운 과목 인기

제2외국어를 선택할 땐 어느 과목에 수험생이 많이 몰리고 어느 과목의 표준점수가 높으냐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표준점수는 평균이 낮고 편차가 적은 과목에서 높게 나옵니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잘하는 학생이 많고, 외고 학생들이 대부분 응시하므로 높은 등급이나 높은 표준점수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아랍어나 베트남어를 선택합니다. 이 두 언어는 응시생이 많고 일반고끼리의 경쟁입니다. 새로 배워야 하니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응시하는 학생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높은 등급과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같은 원점수를 받아도 아랍어나 베트남어를 선택한 학생이 유리한 겁니다. 2016학년도 수능에서 아랍어는 4만6000여 명, 베트남어는 1만6000여 명. 일본어는 8000여 명이 선택했습니다. 따라서 조금만 노력하면 점수를 따기엔 아랍어가 제일 유리합니다.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교는 별로 없으나 EBS 강의나 사설 인터넷 강의 등을 이용하면 대비할 수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시간이 있는 저학년 때부터 조금씩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아랍어는 아프리카, 아라비아 반도 등의 아랍권 국가에서 사용하며 영어·프랑스어·중국어·스페인어·러시아어와 함께 유엔 공용어로 채택된 언어입니다. 자음 28개와 모음 3개로 비교적 단순하게 이뤄져 있습니다. 그간 수능에 출시된 문제 대부분이 기초 회화 수준이었습니다. 2015학년도 수능엔 ‘밑줄 친 부분을 아랍 숫자로 바르게 표기한 것은’ ‘다음 대화를 보고 주제를 고르시오’ 같은 문제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아랍어를 공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 사회 과목이나 학교에서 배운 외국어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랍어가 상대적으로 등급을 받기 쉽다고는 하지만 표준점수로 변환하면 상위 등급자가 많아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2외국어나 한문을 선택하는 건 이 과목에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사회탐구와 대체해 주는 대학을 지망할 경우 효과적입니다. 2016학년도 입시에서는 약 30개 대학이 이에 해당됩니다. 일부 대학은 수시 최저학력 기준으로도 사용하므로 인문계열 학생은 가급적 제2외국어·한문 과목을 응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리 제2외국어·한문을 선택한 경우가 아니라면 1순위로는 사회탐구 영역 중 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낯선 외국어를 새로 공부하는 것보다 안전하게 성적을 올리는 방법입니다. 만일 사회 과목에 자신이 없어서 제2외국어·한문을 선택한다면 조금이라도 익숙한 언어를 선택하거나 수능 언어영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문을 선택할 것을 권합니다.

 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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