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률 0.1% … 배터리 제조설비 세계 톱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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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제조 설비를 사고파는 글로벌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 영국 TBS와 이탈리아 소배마 등과 함께 톱3로 통하는 국내 중소기업이 있다.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무진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달 기능인’ 무진서비스 최은모 대표
기계 설치·시운전·AS 원스톱 수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무진서비스 최은모(56·사진) 대표를 10월의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최 대표는 국내 시장의 배터리 자동화 설비 수요가 증가하자 스물아홉의 나이에 창업, 연매출 245억원 규모의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6년 8월부터 시작한 ‘이달의 기능한국인’ 선정 제도는 10년 이상 산업체 현장실무 숙련기술 경력이 있는 자들 중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능인을 매월 한 명씩 선정해 포상하는 제도이다.

  숭의공고 기계과를 졸업한 직후 화천기계공업 기계과에 입사해 기계 부품 가공 업무를 담당하다가 ‘역학’ 등 이론을 갖추고자 조선이공대에서 학업을 병행했다. 1980년대말 국내 배터리 제조기업들이 자동화 설비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을 보고 1988년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무진서비스를 창업했다.

 무진서비스를 글로벌 강소기업의 반열에 올려준 제품은 배터리 상단과 하단을 접합시켜주는 열융착기. 창업 당시 수입기계를 사용한 배터리의 불량률이 약 5%였는데, 최 대표가 창업 5년 만에 국산화에 성공한 열융착기는 이를 0.1% 수준으로 낮췄다. 그 결과 수입기계보다 비싼 단가에도 불구하고 세방전지·현대성우·한국전지·델코·동아전지 등 국내 배터리 시장의 5대 빅 메이커에서 무진서비스의 설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해외시장에서는 ‘원스톱 수출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해 히트를 쳤다. TBS와 소배마처럼 100년 정도 된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 꺼내든 ‘한 칼’이었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보통 기계를 하나씩 구매해 한 라인을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무진서비스는 한 라인을 한꺼번에 구입하면 기계 설치·시운전·교육·A/S까지 책임져 주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최 대표는 “처음 반응은 냉랭했지만, 중국시장에서 처음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이후 일본 등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생산설비의 80%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최 대표는 기술력을 쌓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한 번에 손쉽게 기술 개발이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 끝에 문제가 하나 하나씩 해결되는 것이다. 오래 천천히 해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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