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뒤 ‘수퍼 연결 시대’ … 인간 한계 초월한 기기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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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레노버의 첫 글로벌 테크월드 행사에서 양위안칭 회장이 엄지를 치켜들며 셀카봉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양 회장은 매달 직원들과 혁신 토론회를 열고 1년에 한 번씩 기술전망 토론회를 열 정도로 혁신기술에 대한 열정이 높다. [사진 레노버]

“50년 뒤엔 ‘수퍼 연결의 시대(super connected world)’가 올 것이다.”

글로벌 혁신 기업인, 미래 50년을 말하다 <15>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
세계 1위 PC 제조업체 올라선 레노버의 끊임없는 도전

세계 1위 PC 업체인 중국 레노버의 양위안칭(楊元慶·51) 회장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다. 그는 중앙일보 창간 50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기기(器機)’가 출현하고 이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경험과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용컴퓨터(PC)가 지난 40년간 세상을 바꿔놨듯이 ‘수퍼 연결’이 지구촌 70억 명의 삶을 다시 한번 뒤흔들어 놓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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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퍼 연결이란 개념이 생소하다.

 “50년 뒤엔 세계 어디든 ‘고속 무선망’으로 연결된다. 사람들이 보유한 거의 모든 기기가 인터넷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수퍼 연결의 시대’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빅 플레이어(big player)’가 될 준비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뀐다는 건가.

 “50년 뒤를 구체적으로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만 현재 화두인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뛰어넘는 기술의 시대가 오면서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는 건 분명하다. 예컨대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기, 사람·콘텐트·서비스를 잇는 ‘연결’이 더욱 강력해지면서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각종 기기를 쓰게 될 것이다.”

 양 회장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게 바로 지난 5월 그가 베이징에서 개최한 ‘글로벌 테크 월드’다. 여기서 공개한 ‘매직뷰(Magic View)’ 기술은 화면이 1개뿐인 기존 스마트 워치와 달리 ‘광(光) 반사’라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별도 화면을 띄워 영상을 제공한다. 또 ‘스마트 슈즈’는 심박수·칼로리 소모량은 물론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지도를 소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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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퍼 연결 시대의 선점을 위해선 기술만으론 부족할 것 같다.

 “우리도 단순히 ‘최고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회사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서로 다른 ‘플랫폼’의 융합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스리 인 원(3 in 1)’ 디바이스라고 이름 붙였다. 또 다른 하나는 ‘사람’과의 관계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 다양한 접촉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미래엔 새 방식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연결해 고객의 개별적인 요구를 보다 완벽히 충족하는 게 중요하다.”

 - 디지털 서비스의 개인화는 지금도 많이 이뤄진 것 아닌가.

 “수퍼 연결의 시대엔 중앙집권화된 컴퓨팅과 디스플레이 정보가 사라지면서 개인화도 더욱 진전될 것이다. 여기선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지난해 미국 모토로라를 인수한 뒤 ‘모토 메이커(Moto maker)’라는 온라인 설계 서비스를 중국에 만들었다. 고객들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마치 ‘조립 PC’를 구입하듯 원하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양 회장은 ‘인터넷 플러스 시대’라는 화두도 꺼냈다. 이는 최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발언을 통해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빅데이터·IoT·클라우딩컴퓨팅 같은 인터넷 기술을 제조업과 융합해 핀테크·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확산하겠다는 포부다.

 - 중국이 IT에서도 ‘대국굴기’(大國<5D1B>起·대국이 일어서다)를 꿈꾼다는 얘기가 많다.

 “인터넷 플러스 시대를 맞아 금융·의료·교육 같은 전통 산업에서 많은 기회와 파격적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하드웨어를 만들던 기업도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함께 갖춘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 우리도 이를 통해 ‘평생 고객’을 확보하는 혁신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레노버는 2005년 미국 IBM PC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어서 지난해엔 삼성전자·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도태한 모토로라까지 손에 넣어 ‘하드웨어 파워’를 키워 왔다. 이를 기반으로 이젠 ‘IT+제조업’에 ‘소프트 파워’까지 더해 수퍼 연결의 시대를 맞겠다는 비전을 마련한 것이다.

 레노버의 이런 당찬 미래 준비는 양 회장의 개인사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유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던 1988년 5월 중국청년보 1면의 광고 하나를 봤다. 당시로선 흔치 않던 ‘채용 공고’였다. 이 회사가 설립 4년 된 새내기기업 레노버였다. 이후 입사 3년 만에 사업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뒤 37세에 차기 회장으로 지명됐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양 회장이 ‘살아 있는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다.

 - 사명을 바꿀 정도로 혁신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아는데.

 “2003년 회사 이름을 ‘레전드(Legend·전설)’에서 ‘레노버(Lenovo)’로 바꿨다. ‘새로운 것을 계승한다’는 라틴어 조어다. 나는 우리에게 ‘성공의 공식’이 있다고 늘 말한다. 혁신적인 기기와 명확한 전략, 다양한 글로벌 팀이 그 원천이다.”

 양 회장은 레노버가 짧은 시간에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비결에 대해 ‘다양성의 혁신’이란 철학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의 최고 임원 10명은 7개 국가 출신”이라며 “상위 100명 임원들은 20개국에서 배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다양성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고취하는 데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출범한 중국 내 인터넷 업체 셴치의 경우 직원들이 ‘최고제품책임자’로 활동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기도 했다.

 양 회장은 “임직원들이 스스로를 소유주이자 경영자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그래야 위험을 무릅쓴 대담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IT 자존심인 IBM·모토로라를 차례로 인수하고, 이젠 70억 명을 연결하는 수퍼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자신감도 이런 철학에서 나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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