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 지켜낸 어부 안용복, 소설로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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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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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은 출판 황금기였다. 해마다 100만 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가 탄생했다. 소설가 황인경(59·사진)씨는 그 복판에 있었다. 92년 출간한 다섯 권짜리 장편소설 『목민심서』가 90년대 말까지 200만 부 넘게 팔렸다.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 이재운의 『소설 토정비결』과 함께 ‘역사소설 트로이카’로 불리며 시장을 달궜다.

장편 『독도』 쓴 황인경씨
구상 10년 … 틈틈이 옛 지도 모아
산업용 패킹 제조사 대표도 맡아

 그런 황씨가 최근 새 역사소설을 내놨다. 17세기 조선 숙종 때 일본의 막부로부터 독도가 조선 땅임을 인정한 서계(書契·외교문서)를 받아낸 어부 안용복을 다룬 장편 『독도』(북스타)다.

 안용복은 생몰 연도가 알려져 있지 않다. 관련 자료도 많지 않다. 소설은 안용복의 아버지와 처자식이 일본인 밀무역꾼들에게 살해당하는 긴박한 에피소드로 문을 연다. 울릉도와 독도를 호시탐탐 노리던 쓰시마 도주(島主)의 딸로, 남장을 한 채 동래부(부산)의 왜관 책임자로 와 있던 처자 소우 나오코와 안용복 간의 국경을 뛰어 넘은 연정도 집어넣었다. 숙종은 은밀히 안용복을 돕는다. 실제 역사의 뼈대에 상상력을 풍성하게 가미한 ‘팩션’이다.

 황씨는 숙종이 독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소설의 설정에 대해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안용복이 두 차례 일본에 다녀온 후 200년간 일본이 독도에 관한 한 잠잠했다. 안용복 개인이 아니라 조선 조정 차원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황씨는 “2005년 무렵부터 소설을 준비해 왔다”고 했다. 독도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졌을 때다. “누구나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그 역사적 근거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틈나는 대로 독도가 조선 땅으로 표기된 고지도를 수소문해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황씨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산업용 패킹을 생산하는 회사인 아이넴의 지분을 3년 전 확보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소설과 회사 경영을 함께하는 어려움에 대해 묻자 “소설 쓰다 생기는 스트레스를 회사 일에서 풀고, 회사 일이 막힐 때 소설을 쓰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본업은 역시 소설가”라고 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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