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확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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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면서 창업하는 사람이 크게 줄고 있다. 지난달 8대 도시에서 새로 등록한 법인기업 수는 2년8개월 만에 가장 적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서울.부산 등 8대 도시의 신설법인 수는 2천6백84개로 전달(3천30개)에 비해 3백46개 감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2000년 9월(2천6백30개) 이후 월간 기준으로는 가장 적은 것이다.

올 들어 5개월 동안 새로 생긴 법인 수는 1만5천여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8천여개)에 비해 3천개나 급감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경기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창업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유명한 프랜차이즈 업종도 대기자들만 많을 뿐 막상 창업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컨설팅센터 하동현 팀장은 "조그만 식당이나 가게 등 소규모 자영업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법인기업 창업 문의는 매우 적은 편"이라며 "특히 제조업은 자금조달이 어렵고 인력을 확보하기도 힘들어 창업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대기업에서 퇴직해 창업을 준비 중인 李모(52.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돈을 많이 번다는 업종도 최근 매출이 70%까지 줄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창업을 하기가 겁이 난다"며 "딱히 돈을 벌 수 있을 만한 업종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창업 컨설턴트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일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늦추고 있어 퇴직자들의 창업시장 참여가 저조하다"며 "퇴직금이 크게 준 데다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캐피털사의 시설자금 융자도 막혀버려 창업 비용 마련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부도업체 수는 법인기업 2백43개, 개인기업 1백85개 등 모두 4백28개로 집계됐다. 전달(5백7개)에 비해서는 79개 줄었지만 지난 3월(3백96개)보다는 32개 많은 것이다.

업종별로는 도.소매 업체들의 부도(1백40개)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전체 부도업체에서 도.소매 업체의 비중은 지난달 33%로 9개월 만에 가장 높아졌다.

주정완.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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